이수영 OCI그룹 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에 날선 칼끝을 겨눈 가운데 OCI그룹의 내부거래 실태가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부 방계 계열사가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 해당되고 있어서다.

◇ 오너가 형제 회사에 내부거래 '지속'  

OCI그룹은 1959년 설립된 동양화학을 모태로 성장한 대기업 집단이다. 고(故) 이회림 창업주는 국내 최초로 소다회를 제조하는 기초화학소재 업체를 세웠으며, 석유·석탄화학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오늘날의 OCI그룹의 토대를 세웠다.

이회림 창업주가 2007년 별세한 뒤에는 그의 세 아들의 독자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 이회림 창업주의 장남인 이수영 회장이 ㈜OCI를, 차남인 이복영 회장은 삼광글라스를, 삼남인 이화영 회장은 유니드를 맡는 방식이다.

다만 이 같은 독자 경영 체제가 시작됐음에도 오너일가 회사에 대한 내부거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회사는 군장에너지와 OCI상사다. 이 회사는 각각 이복영 회장과 이화영 회장의 지배 아래 있는 회사다. 군장에너지는 이복영 회장의 장남인 이우성 이테크건설 부사장과 차남 이원준 삼광글라스 상무가 지분 12.15%, 12.23%를 보유하고 있다. 또 OCI상사는 이화영 회장(64.29%)과 그의 아들인 이우일 씨(35.71%)가 지분 100%를 보유한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OCI에서 사실상 계열 분리됐지만 공정거래법상 OCI 집단에 포함돼 있다. 이복영 회장과 이화영 회장이 OCI과의 지분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지 않아서다.

OCI는 이들 방계 회사에 꾸준한 일감을 주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군장에너지는 지난해 총 매출액 3,098억2,400만원 가운데 17.53%인 543억2,700만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내부거래 매출의 99.7%는 OCI(주)에서 나왔다.

◇ 일감몰아주기 규제 칼날 피할까 

OCI상사도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 9,816억원 중 727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다. 주요 거래자는 OCI, 유니드, 해외계열사 등이었다.

이 같은 거래 실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OCI그룹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는 대기업 집단이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감시 규제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일 경우 20%)이상인 계열사로 내부거래가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를 초과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군장에너지와 OCI 상사 모두 총수 지분율과 매출액 요건이 이를 부합하고 있다. 

이에 대해 OCI 측은 “사업 구조상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거래를 공정하게 하면서 거래 규모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규제 대상에 해당되는 대기업 집단에 대한 점검을 마치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첫 번째 타깃에는 하림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과연 OCI그룹이 공정위 규제 칼날을 무사하게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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