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이 최근 출시한 ‘세븐카페 프라페’(왼쪽)와 CU가 지난해 선보인 ‘프라페 카페라떼’.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븐일레븐이 무더운 여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인 PB제품이 출시하자마자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그 내막엔 PB제품의 무분별한 난립이 있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세븐카페 프라페’다. 세븐일레븐의 원두커피 브랜드 ‘세븐카페’를 활용한 PB신제품으로, 여름을 겨냥해 출시됐다. 우유빙수 형태의 제품을 구입한 뒤 커피머신을 통해 커피를 부으면, 슬러시로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이 제품, 어딘가 낯이 익다. 경쟁사 CU가 지난해 선보인 ‘프라페’ 시리즈 중 ‘프라페 카페라떼’와 흡사하다.

물론 같은 프라페 형태이기에 흡사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결정적인 ‘물증’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일부 ‘세븐카페 프라페’ 신제품 뚜껑의 스티커를 떼자, CU의 ‘프라페 카페라떼’ 스티커가 모습을 나타냈다. ‘덮어 쓰기’를 한 셈이다. 이를 두고 경쟁사 제품을 그대로 따라했다는 표절 논란이 제기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두 제품이 같은 것은 절대 아니다. 포장용기가 같은 형태다 보니 제조업체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두 제품이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다. CU의 ‘프라페 카페라데’는 애초에 ‘커피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다. 여기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슬러시 형태로 마시는 것이다. 돈을 조금 추가하면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할 수도 있다. 반면, ‘세븐카페 프라페’는 우유빙수에 커피를 붓는 방식이다.

다만, 두 제품의 형태는 똑같다. 뜨거운 물이나 커피를 부을 공간이 필요하다보니, 아이스크림 및 빙수의 가운데가 비어있다. 이 같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뚜껑 아래 기둥이 달린 모습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세븐카페 프라페’ 스티커 밑에 ‘프라페 카페라떼’ 스티커가 있었을까. 그 이유는 두 제품이 같은 곳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과 CU가 각각 선보인 PB제품이지만, 실상은 모두 ‘파이닉스푸드’라는 중소기업에서 만들었다. 이곳에서 남아있던 ‘프라페 카페라떼’ 뚜껑 재고에 ‘세븐카페 프라페’ 스티커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웃지 못할 해프닝은 PB제품이 난립하고 있는 유통업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 대형마트, 편의점 등이 PB제품 출시 및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비슷한 제품 출시가 꼬리를 물면서, 시장질서는 점점 더 어지러워지고 있다. 또한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가 누리는 ‘갑의 지위’가 한층 더 공고해지고, 제조업체는 더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PB제품은 소비자와 유통업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경쟁사 제품 스티커를 품고 판매될 정도로 부실한 관리 실태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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