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특정 내용과 무관함.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연간 22조원대 거대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어엿한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편의점 산업. 국내 편의점이 단순히 슈퍼마켓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진짜’ 편의점으로 거듭나게 된 데는 소위 ‘빅3’(CU GS25 세븐일레븐)라 불리는 업체들의 역할이 컸던 게 사실이다. 시장 과점과 이웃나라 일본을 따라하기 급급하다는 지적에도 이들 3사는 상호간 무한경쟁을 통해 어느새 편의점을 수출산업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최근 들어 편의점 빅3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장에서 취급하는 제품들의 카테고리가 날로 증가하면서, 소상공인들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는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국민간식 ‘치킨’까지 손을 뻗고 있는 것인데, 그간 간식 개념으로 조각 치킨을 판매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가성비를 앞세운 ‘한 마리 치킨’으로 동네 치킨집을 위협하고 있다.

◇ 가성비 앞세운 9,900원 치킨… 프랜차이즈 대안 급부상

편의점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최근 편의점의 풍경에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다. 특정 브랜드에서만 취급하던 즉석 식품이 시장점유율 90%를 보유하고 있는 빅3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간식 개념의 어묵 꼬치나 조각 치킨이 아닌 포장박스까지 구비해 놓고 치킨 한 마리 장사에 나서고 있다.

업계 연매출 1위를 자랑하는 GS25에서 치킨이 판매된 건 2015년부터다. 그해 11개 매장에서 조각으로 치킨을 판매하기 시작한 GS25는 1,500개까지 매장이 늘어나자, 본격적으로 치킨 장사에 돌입했다. 지난해 9월 첫 테스트에 돌입한 이래 1년도 안 돼 한 마리 치킨을 판매하는 점포는 400개로 증가했다.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은 9,900원. 품질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후라이드치킨 한 마리의 가격이 1만6,000원 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나 매력적인 가격대라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 GS25는 1.5L짜리 탄산음료까지 더해 6,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GS25의 주문 조리 상품군의 구색은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각종 튀김으로 구성된 ‘바삭모듬튀김’이 5,900원에, 10개의 버팔로 윙 한 세트가 5,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편의점 3사(GS25, CU, 세븐일레븐)이 일부 매장에서 치킨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각사>

업계 3위 세븐일레븐에서도 한 마리 치킨 판매가 한창이다. 지난달부터 판매에 돌입해 전국 매장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800개 점포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탄산음료를 포함해 9,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선보여 두 배 가격인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업계 매장 수 1위를 달리고 있는 CU에서는 현재 1,900개 매장에서 치킨 한 마리가 판매되고 있다.

◇ “판매율 낮아 프랜차이즈 위협 안 돼”… ‘빅3’ 이구동성

치킨 한 마리를 판매하고 있는 이들 3사 편의점 수를 더하면 3,100개의 새로운 치킨 매장이 늘어난 셈이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전국 2만4,600여개 치킨 매장의 12.56%에 해당하는 규모로 결코 간과하기 힘든 숫자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치킨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프랜차이즈와 편의점 치킨은 퀄리티에서 큰 차이가 있어 경쟁상대로 여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도 “한 마리라도 더 팔고자 하는 점주분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접근성이 쉬운 편의점에서 치킨을 한 마리씩 판매하는 건 결코 긍정적으로 바라 볼 수만은 없는 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편의점 3사는 편의점 치킨은 어디까지나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3사 관계자는 이구동성으로 “편의점의 치킨 한 마리는 어디까지는 조각 치킨을 세트로 묶어 판매하는 것뿐이며, 점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주요 고객도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로 가족 단위로 주문하는 프랜차이즈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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