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7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징역 3년,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정감사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조윤선 전 장관의 변호인으로 나선 남편 박성엽 김앤장 변호사가 최후변론에서 눈물로 호소한 탓인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적지 않은 국민들은 “실망스럽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보다 앞서 26일 인천지법 행정1단독 소병진 판사는 의경 복무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의 아버지 A씨가 낸 국가유공자요건비해당결정취소 소송에서 A씨의 아들이 국가유공자는 아니지만, 보훈보상대상자에는 해당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의 아들은 지난 2008년 11월 입대 후 동년 12월 경기지방경찰청 기동1중대로 배치돼 의경으로 근무했다.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현장에도 파견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듬해 포상휴가를 받고 집에 왔다가 아파트 10층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오는 9월에 정식으로 개봉되는 '안녕 히어로' 포스터.

2009년 4월 쌍용차가 2646명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뒤 2015년 4월까지 모두 28번의 부음이 전해졌다. 쌍용차 해고자, 무급휴직자, 희망퇴직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몸과 마음의 병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2009년 쌍용자동차지부의 77일 옥쇄파업 진압작전 등에서 각종 장비와 헬기, 기중기 등이 파손됐고, 경찰들이 부상을 당했다는 명목으로 약 16억7000만 원을 청구했다. 아울러 파업을 하게 되면 국가나 기업이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청구를 하여 노동조합비와 노조원들의 전세금과 월세 보증금, 임금까지 가압류하는 소송은 노동법을 개정해서라도 고쳐야 할 ‘악법’이라고 노동계는 전한다.

14살 현우는 남들 눈에 띄고 싶지 않은 아이다. 그런 현우가 오랜만에 집에 온 아빠와 함께 생활기록부를 쓰고 있다. 역시 가장 난감한 부분은 아빠의 직업란을 채우는 일이다. 사실 현우의 아빠는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후부터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정리해고에 대한 다양한 화두가 한국사회에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현실은 나아지지 못했다.

‘안녕 히어로(한영희 감독)’는 척박한 노동현실 속에서 함께 고통받고 있는 해고자 가정의 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노동의 현실, 해고의 현실을 전하고 있다.

'안녕 히어로' 영화상영 전 마술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지난 26일, 문체부 전직원을 대상으로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서울극장 6관)에서 국가공무원노동조합 문화체육관광부 지부(위원장 심우용)가 블랙리스트 치유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배급사 ‘시네마 달’(김일권)의 ‘안녕 히어로’를 상영했다.

지난 26일, 문체부 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안녕 히어로’ 상영행사에 참가한 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이수 국공노 사회공공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 자리에 참가한 도종환 장관을 블랙리스트에 오른 피해자이기도 한 ‘국민시인’이자 ‘국민장관’이라고 소개했다. 축사를 통해 도종환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위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소식을 전했다. 향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을 위한 진상조사와 치유프로그램의 진정성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오는 9월에 정식으로 개봉되는 이 특별하고도 재미있는 영화를 꼭 봐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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