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경방 사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민족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방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크고 작은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최저임금의 대폭 상승이다. 최근 수년간의 평균인상률을 두 배로 훌쩍 뛰어넘었다.

변화의 과정이 늘 그렇듯 논란이 거세다. 환영하는 목소리와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는 주로 영세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에서 나왔다.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은 경방의 공장 이전 소식이었다. 최저임금 부담을 견디지 못해 국내공장 설비를 해외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경방의 이러한 움직임을 대대적으로 언급하며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부각시켰다.

◇ 경방은 정말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베트남으로 가나

경방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논란은 다소 씁쓸하다.

“경방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민족기업이라는 자긍심 속에서 국가와 사회, 사람을 위한 기업으로서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는데 기여하여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건강한 경방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경방 홈페이지에 게재된 김준 사장의 인사말 중 일부다. 인사말의 제목은 ‘민족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이고,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우리 옷감은 우리 손으로’라는 창업 이념 아래 설립된 우리 경방은 일제 강점시대에는 민족의 희망으로, 전후 경제 개발만이 지상 최대 목표였던 1960~70년대에는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역으로 국가의 희망이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렇듯 경방은 유독 ‘민족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경방은 일제 강점기인 1919년, 경성방직이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최근 대법원에서 친일행위가 인정된 인촌 김성수가 세운 최초의 근대적 기업이다. 1965년에는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여러모로 상징성이 큰 기업이다.

물론 이러한 상징성만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섬유산업에서는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스러울법하다.

그렇다면 경방은 정말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공장 이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까.

경방은 최근 3년간 실적이 꾸준히 상승했다. 매출액은 2014년 3,290억원에서 2015년 3,576억원, 2016년 3,774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06억원→389억원→434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114억원→166억원→294억원으로 점점 상승했고, 수익성도 좋아졌다.

최저임금 인상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이뤄졌고, 인건비 영향이 큰 산업인 점을 감안해도 당장 회사가 무너질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현황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경방의 섬유사업 부문 직원은 412명이다. 35명은 기간제 근로자고, 377명이 정규직이다. 여성은 정규직이 252명, 기간제 근로자가 17명 등 총 269명인데 이들의 평균 연간급여는 3,082만2,000원이었다. 월급으로 치면 256만8,500원이다. 총 113명의 남성 직원들은 평균 연간급여가 더 높다.

내년도 최저임금 기준 월급은 157만3,770원이다. 경방은 이미 내년도 최저임금보다 100만원가량 높은 평균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공장 이전지로 언급된 베트남엔 이미 진출한지 오래다. 2008년부터 베트남 공장 건립을 추진했고, 2013년 제1공장, 2015년 제2공장의 가동을 시작했다.

즉, 경방은 한국 공장을 지키고 싶은데 최저임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갑작스럽게 베트남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다. 수익성을 좀 더 높이기 위해 국내 생산설비를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다. 그런데 세간엔 마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국내최초 상장기업을 해외로 내쫓은 것처럼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논란이 점점 커지는 동안에도 경방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인지, 다소 과장돼 알려진 것인지 경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시사위크>는 이번 논란과 관련된 경방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은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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