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11월에 용산역 앞 신사옥으로 터를 옮긴다.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K-뷰티의 선두주자이자 국내 화장품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은 아모레퍼시픽이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사드의 여파로 주요 경영 실적이 반토막 난 가운데, 재벌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적까지 돼서다. 오는 가을 옛 둥지인 서울 용산으로 귀환을 앞두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에게 이번 여름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 사드 직격탄 맞은 K-뷰티 …2분기 어닝쇼크

그야말로 어닝쇼크다. 국산 화장품의 자존심 아모레퍼시픽이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57.9%. 전년 동기와 비교한 올해 2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영업익(1,304억원) 감소폭이다. 나머지 지표 역시 크게 뒷걸음 쳤다. 같은 기간에 매출은 17.8% 줄어든 1조4,129억원에 그쳤으며,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으로 59.5% 크게 감소했다.

1분기 실적을 합한 상반기 전체 실적도 암울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상반기 때보다 6.1% 줄어든 3조2,683억원, 영업익은 30.2% 축소된 5,089억원에 머물렀다. 당기순이익은 57.3%가 줄어 3,662억을 나타냈다.

이러한 실적 악화는 장기화되고 있는 내수 소비 침체와 더불어 화장품 소비 채널의 변화, 외국인 관광객 유입 감소 등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드 여파에 따라 큰손 고객인 중국인들의 발길이 뜸해진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6월보다 36.2% 줄어든 99만1,802명을 기록했는데, 감소한 방한 관광객 중 중국인 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만4,930명으로 전체의 66.4%를 차지했다.

H&B산업의 급성장도 아모레퍼시픽에게는 고민거리다. 해마다 30~40%의 성장세를 보이며 1조2,000억 시장이 된 H&B산업은 아모레퍼시픽의 중저가 브랜드인 에뛰드하우스‧이니스프리의 성장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브랜드의 주요 고객인 20~30대 여성 층이 H&B스토어에서 다양한 뷰티 상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방향으로 화장품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 탓에 올 상반기 이니스프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 40% 하락한 3,518억원과 685억원에 머물면서 로드숍 1위의 명성에 생채기를 입었다. 에뛰드하우스의 영업이익(83억) 감소폭은 무려 66%로 나타났다.

◇ 공정위 장기사건 TF 첫 타깃 된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실적 악화뿐만이 아니다. 자칫 기업들이 가장 기피하고 싶어하는 ‘갑질 기업’이라는 오명을 안게 될 처지에 놓였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가 장기사건을 전담하기 위해 신설한 TF팀의 첫 타깃으로 아모레퍼시픽이 지목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장기사건 TF는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편집숍 아리따움의 불공정 행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 아리따움점주협의회가 아모레퍼시픽 가맹본부를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는데, 이로부터 3년 만에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TF팀은 연말까지 관련 보고서를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TF팀이 사건을 전담한 건 2013년 이후 지속됐던 아리따움에 대한 조사에 공정위가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 된다”면서 “관련 조사에 성실히 임해 신사옥 이전 등 하반기 회사의 굵직한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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