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오른쪽)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도 어느덧 80일을 훌쩍 넘겼다. 그 사이 정부 조직 개편과 주요 내각 인선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다음은 공공기관 및 공기업 차례다. 정권교체에 성공하며 청와대에 입성한 이명박 정부의 경우, 공공기관장들로부터 일괄사표를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일괄사표를 받진 않겠다고 밝혔으나, 동시에 문제적 기관장에 대한 교체 방침을 분명히 했다. ‘친박’ 또는 ‘낙하산’ 꼬리표가 붙거나, 경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인물들이 그 대상이다.

이에 일부 인사들은 자발적으로 물러났다. 김성주 대한적십자 회장을 시작으로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친박’ 인사들이 사의를 표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노동개혁에서 선봉대 역할을 한 홍순만 코레일 사장도 물러난다.

◇ ‘친박·낙하산’ 꼬리표는 없지만… 비정규직 문제가 ‘걸림돌’

이런 가운데, ‘친박’ 또는 ‘낙하산’과 다소 거리가 먼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자리보전도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공군 출신으로, 공군 참모총장까지 지냈다. ‘용산참사’로 옷을 벗었던 경찰 출신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출마로 자리를 비우자 후임자로 임명됐다. ‘낙하산’의 온상이었던 한국공항공사에 모처럼 낙하산 꼬리표 없는 사장이 취임한 것이다.

하지만 성일환 사장 취임 이후 한국공항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가 제기되며 홍역을 치렀다. 특히 한국공항공사 퇴직자들이 용역업체 간부로 옮겨가 각종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용역업체 사이의 일”이라며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았고, 결국 한국공항공사 비정규직 노조는 삭발식, 단식, 파업 등 투쟁의 강도를 높여갔다.

물론 이 같은 일이 성일환 사장 체제에서 갑자기 발생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꾸준히 쌓여왔던 문제가 터진 것이다. 문제는 성일환 사장이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데 있다.

특히 비정규직과 관련된 사안은 문재인 정부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하지만 성일환 사장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천명한 새 정부의 기치와 다소 동떨어진 행보를 보여 왔다.

새 정부 출범에 발맞춰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도 크게 비교된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낙점됐으며, 이 자리에서 정일영 사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을 선언했다.

성일환 사장 역시 새 정부 기조에 발맞춰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좋은일자리만들기TF’를 구성했지만, 비정규직 노조와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도 성일환 사장에게 썩 긍정적이지 않다. 종합평가에서는 B등급을 받으며 평균 수준을 지켰으나, 경영관리 부문에서는 C등급을 받았다.

물론 이미 물러난 인사나 아직 물러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친박’, ‘낙하산’ 인사와 비교하면 성일환 사장의 자리 보전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다만, 비정규직 문제라는 민감한 사안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성일환 사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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