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측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프랜차이즈 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마진율 공개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상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예정대로 영업 비밀에 가까운 민감한 사안이 외부에 공개될 처지에 놓여서다. 업체 측은 시장경제 원칙을 거스르는 반시장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뚜렷한 묘수가 없어 속앓이만 깊어가는 형국이다.

◇ ‘프랜차이즈의 모든 것’… A부터 Z까지 묻는 ‘경제 검찰’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지난달 28일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프랜차이즈협회 측과의 만남에서 공정위가 마진율 공개 원칙을 강행하면서 프랜차이즈 업체 50곳은 오는 9일까지 ‘서면조사 설문지’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말 경 외식 프랜차이즈 분야(피자, 치킨, 커피, 분식, 제빵, 기타)에 종사하는 50개 업체에 서면조사 설문지를 발송했다.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를 차려 납품 단가를 부풀리는 이른바 ‘통행세’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듯, 총 10개의 설문 내용의 대부분은 공급 물품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우선 가맹점들이 본사로부터 필수적으로 구매해야하는 품목의 매입단가와 공급 가격, 거래 형태까지 자세히 기입할 것을 요구했다. 필수 구매 품목이 아닌 권장 물품에 대해서도 똑같은 내용을 공개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공정위는 본사의 전체 매출액에서 물품 판매를 통해 얻는 이윤이 얼마인지를 업체 스스로 기재할 것을 명시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가맹점별 매출액과 여기서 물품 구입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제출하도록 했다. 만약 A업체의 가맹점 수가 300개라면 이들 전체 지점의 매출과 본사로부터 구입한 물품의 액수까지 전부 적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통행세 논란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인 협력 업체에 가맹본부와 특수관계인이 개입돼 있는지 여부 등을 물었다.

이를 두고 설문 당사자인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마진율까지 공개하라는 공정위의 압박에 부당함을 지적하는 의견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A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마진율을 공개하라는 건 시장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다”며 “다른 어떤 산업군에서도 마진율을 공개하는 곳은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상대적으로 약체인 프랜차이즈 업계에만 각종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건 업체 종사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업계 50곳에 작성하도록 요구한 서면조사 설문지. 설문지를 받은 업체들은 오는 9일까지 답변을 작성해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시사위크>

◇ 공정위, “가맹본사의 과민반응… 정보가치 없어”

일각에선 지나치게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보류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B사 관계자는 “굵직한 주요 질문에 대해서는 충실히 답변을 작성 하겠다”면서도 “설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된 항목에 대해서는 기재를 보류하거나 정보 공개 수위를 낮춰 제출해야하는 건 아닌지 고민스럽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공정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설문 내용 어디에도 가맹본사가 주장하는 영업 비밀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는 게 공정위의 생각이다.

공정위 가맹거래과 관계자는 “가맹본부에서 이번 설문에 대해 매우 민간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설문지에 기재된 질문의 대부분은 고급 정보로써 가치가 없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면서 “제출한 설문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며, 답변이 불성실하게 작성됐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는 협회 차원에서 설문지 제출과는 별개로 오는 10월까지 상생안을 마련해야한다. 영업 비밀 공개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한 프랜차이즈 업계가 어떤 상생안으로 공정위를 납득시킬 수 있을지 여부에도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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