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예정됐던 부동산 대책이 앞당겨진 이유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집값 안정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다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한 단기투기(갭 투자)를 억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노무현 정부 때 발표된 8.31 부동산 대책에 버금가는 규제로 받아들여진다. 과거 참여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반면교사 삼아 상승요인을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당초 8월 말 가계부채 대책과 함께 발표하려던 부동산 정책이 빨라진 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가 반영됐다. 실제 지난달 27일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언급한 후 관계부처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는 후문이다.

◇ ‘투기지역 지정’ 등 규제를 통한 투기수요 억제에 방점

방향성은 ‘투기수요 억제’로 잡았다. 주택공급량 자체는 충분하지만, 투기세력이 끼어 수요를 키우고 거품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2015년 이전 7.5% 수준에 불과했던 2주택 이상 보유자의 매수비율은 2017년 14%까지 증가했다. 또한 재건축 일반분양에 비해 규제가 덜 한 조합원 분양권 거래는 전국적으로 2016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다주택자 중심의 투기수요가 주택가격을 부풀리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근거다.

과열현상의 지역별 확산양상도 투기세력의 개입을 의심케 했다. 재건축 예정단지와 고분양가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폭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국토부는 판단했다. 여기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실행했던 규제완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가중됐다. 소위 ‘갭 투자’로 불리는 단기투기수요 역시 부동산 과열을 부추긴 요인 중 하나다. 6년 만에 투기과열지구를 부활하고 양도세 정비, 금융규제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은 이유다.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여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열양상의 원인진단을 ‘투기수요’로만 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기간 만료, 일시적 주택부족, 투자처가 없는 자금 등의 복합적 원인을 간과하고 있다는 얘기다.

YTN라디오에 출연한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은 충분하지만 투기꾼들이 문제라고 했는데, 그 시장 인식 자체가 조금 편협된 시각이 아닌가 보인다”며 “30년 동안 정부정책과 주택가격변화 움직임을 살펴본 연구들이 다양하게 있는데 단기적인 정책을 내세워서 가격이 안정화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 실효성 논란 불구, 문재인 정부 ‘집값 잡기’ 시그널 확인

8.2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 재건축 등 과열지역의 집값이 안정화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시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핀셋대책’이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등 규제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의 부동산 가격폭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풍선효과는 특히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가중될 수 있어 문제가 적지 않다. 이에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부동산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정동영 의원은 “대학생들까지 묻지마 투기에 나서는 갭 투자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나 다주택자 금융규제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토부 관료쇄신을 포함해 분양원가공개, 후분양제 실시 등을 촉구했다.

실효성 논란은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안정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는 평가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앞서 발표된 6.19 대책부터 이번 8.2 대책까지 꾸준히 ‘부동산 규제강화’ 시그널을 내놨다. 이번 대책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더 강력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민주당의 한 경제통 의원은 “참여정부가 집값 폭등을 막지 못해 서민주거를 불안케 했다는 지적이 가장 아픈 대목”이라며 “문 대통령의 주거안정 의지는 뚜렷하다”고 전했다. 강훈식 민주당 대변인은 “우리당과 정부는 부동산 투기과열, 주택시장 과열 징후를 끝까지 잡아나갈 것”이라며 “더 이상 투기로 인해 재미 보는 사람이 없도록, 서민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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