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개의하기 위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핀셋’이라는 단어나 정치권 유행어가 되고 있다. 부동산 과열현상이 나타나자 민주당은 “핀셋대책이 필요하다”고 했고, 부동산 규제를 발표하면서는 “핀셋규제”라고 명명했다. 예산결산을 앞두고는 “핀셋감사를 하겠다”고 했다. 9월 정기국회에 예정된 국정감사를 두고는 “핀셋국감”이라고 할 태세다.

해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표면상으로는 ‘꼼꼼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마치 핀셋으로 집어내듯이 정확하고 세밀하게 한다는 상징적 표현이라는 얘기다. 반면 정치적 측면을 조금 더 확대해 해석하면 ‘전체가 아닌 일부분’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8.2 부동산 대책’을 예를 들면, 규제지역이 전국이 아닌 일부지역이라는 것과 규율대상도 전 국민이 아닌 ‘투기세력’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투기수요를 근절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핀셋증세’도 같은 의미다. 초고소득자와 거대기업 등 이른바 '슈퍼리치'가 증세대상이며 다수 일반국민은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상위 0.02%만 증세 영향권이다” “핀셋증세가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는 민주당 정책조정위원들의 발언에서 이 같은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전직 의원은 이렇게 봤다. “규제나 증세를 보편적으로 실행한다고 했을 때 좋아할 국민은 없다. 그렇다면 절대다수의 국민은 해당사항이 없으며, 특정세력을 겨냥했다는 뉘앙스를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규제대상인 ‘특정세력’은 사회적으로 다수로부터 비난의 대상일수록 좋다. 부동산 대책에서의 ‘투기세력’이나 노동개혁에서 ‘귀족노조’ 등의 용어가 그 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열릴 국정감사의 흐름도 예상 가능하다. 이번 국정감사는 보궐대선 후 치러지는 첫 국감이다. 감사기간이 박근혜 정부, 황교안 대행정부, 문재인 정부에 모두 걸쳐 있다. 현안에 따라 전임 정부에 대한 감사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문재인 정부가 감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핀셋감사’를 한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 기간만을 ‘감사’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공식석상에서의 ‘네이밍’은 결코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는다. 싸움의 프레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두고 “핀셋정부냐”고 비판했던 김성태 의원도 “위대한 정치인은 반대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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