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충주시 승격 61주년 기념 시민의 날 행사에서 롯데주류 직원들이 신제품 '피츠 수퍼클리어' 자선 시음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올해 상반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익은 반토막 났으며,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롯데칠성이 상반기 기준 당기순손실을 입은 건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19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 마케팅 비용 탓에… 사상 첫 상반기 당기순손실

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올해 1, 2분기 동안 매출 1조1,88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예년 수준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롯데칠성의 영업익은 지난해 동기(886억9,934만원) 보다 43% 감소한 497억4,094만원에 그쳤다.

판관비 상승 탓이 컸다. 지난해 상반기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 등이 포함된 판관비에서 4,261억3,981만원을 쓴 롯데주류는 올해엔 4,613억5,908만원을 지출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올해 6월 출시한 신제품 ‘피츠’의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롯데칠성의 올해 상반기 판관비 지출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 회사의 첫 맥주인 ‘클라우드’가 출시된 2014년 상반기 때를 월등히 앞선다. 클라우드가 첫선을 보였던 지난 2014년 상반기(4,165억4,656만원) 보다 500억 가량이 더 쓰였다.

하지만 단순 액수가 아닌 매출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두 기간의 매출 대비 판관비 비중 차이는 불과 2%밖에 나지 않는다. 마케팅 비용이 포함된 판관비가 증가한 만큼 올해 매출 역시 증가했다는 얘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칠성이 사상 첫 당기순손실(27억5,923만원)을 기록한 건 ‘기타비용’의 증가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132억9,884억원이 사용됐던 지난해 상반기 때 보다 200억 증가한 367억5,204만원이 기타비용으로 집계됐다. 기타비용 증가분에 판관비 증액분(352억)을 더하면 지난해 상반기 대비 당기순이익 감소폭과 맞아 떨어지는데, 이와 관련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기타비용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 한다”고 전했다.

◇ 초반 흥행 성공한 ‘피츠’… 클라우드 전철 밟나

회사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힐 만큼 신제품 마케팅에 각별한 공을 들인 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은 이외에도 피츠 생산을 위해 7,000억원을 투입해 제2공장을 설립했다. 이처럼 천문학적 투자를 단행한 피츠의 성공 여부에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피츠는 출시 한 달 만에 1,500만병이 팔리면서 혹서기 맥주전쟁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지만, 초반 흥행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섣불리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클라우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출시 한 달 만에 900만병이 판매되며 국내 맥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클라우드는 한때 시장점유율 7%까지 치솟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4%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소비 트렌드 변화도 롯데칠성에게는 부담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수입맥주의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국산 수제맥주의 수요마저 급증하고 있어 맥주3사(오비맥주‧하이트진로‧롯데칠성)는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최근 청와대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인들과의 ‘호프미팅’에서 한 중소 주류업체 제품이 초대된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변화의 바람은 맥주의 대량 구매가 이뤄지는 대형마트에서 엿볼 수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난달 국산 병맥주 판매순위에서 지역 이름을 딴 ‘강서 맥주’와 ‘달서 맥주’는 대기업 맥주들을 제치고 최상위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접근성이 뛰어난 편의점 업체들도 이달 내로 수제 맥주 판매 계획을 세우면서, 국산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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