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원그룹은 일감 몰아주기를 승계에 적극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 화두는 적폐 청산이다. 특히 악화일로를 걷던 양극화 문제의 해결, 즉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쟁쟁한 주요 대기업에 비해 덜 주목받았던 중견기업들의 심각한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제재에서 벗어나 있는 점을 악용해 온갖 편법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 일감 몰아주기 활용의 정석

세원그룹은 현대·기아자동차의 주요 협력업체로, 대쉬 패널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한다. 핵심 계열사로는 세원정공, 세원물산, 세원테크, 세원E&I 등이 있고, 현대·기아차가 진출한 중국 및 미국에도 공장을 두고 있다.

주목할 곳은 에스엔아이와 에스엠티다. 에스엔아이는 세원정공의 최대주주, 에스엠티는 세원물산의 최대주주다. 그룹 내 핵심계열사 두 곳을 각각 지배 중이다.

그런데 에스엔아이는 다시 김문기 세원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상현 세원정공 대표가 특수관계자와 함께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에스엠티는 김문기 회장의 장남인 김도현 세원물산 대표가 역시 특수관계자와 함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상태다. 즉, 두 아들이 개인회사를 통해 각자의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에스엔아이와 에스엠티가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에스엔아이는 지난해 매출액 1,161억원 중 1,026억원이 세원그룹 계열사를 통한 것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이 88%에 달한다. 에스엠티는 아예 내부거래 매출액(1,167억원)이 재무제표상 매출액(1,166억원)을 넘어섰다.

이렇게 거둔 수익은 배당을 통해 김도현 대표 및 김상현 대표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에스엔아이와 에스엠티 모두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연간 총 100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뿐만 아니다. 에스엔아이와 에스엠티는 이렇게 축적한 자금으로 세원정공 및 세원물산의 최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었다. 에스엔아이는 김문기 회장의 동생 등이 보유하고 있던 세원정공 지분 21.01%를 2014년 12월 매입했고, 에스엠티는 김문기 회장 등으로부터 지분 23.14%를 매입했다. 오너일가 2세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자금을 확보하게 하고, 이 회사를 통해 핵심 계열사 지배권을 넘긴 것이다.

세원그룹의 불편한 내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월, 세원정공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엔 2011년생이 새로 등장했다. 올해 7살인 A군은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세원정공 주식 13만주를 취득했다. 당시 시세로 약 23억원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소위 말하는 ‘주식 금수저’가 세원그룹에서도 등장한 것이다.

A군의 주식 취득이 불법은 아니지만, 20억원이 넘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이 주식이 향후 승계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2세 김도현, 김상현 대표가 그랬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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