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우택 원내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 최고위원, 정 원내대표, 류여해 최고위원.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100대 과제 중 91개, 487개 세부 실천과제 중 321개가 입법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7석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핵심과제마다 제동을 걸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당은 “정부여당의 입맛에만 맞춘 ‘권력기관 길들이기’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정책위원회가 작성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당이 명확하게 ‘반대’ 의견을 낸 과제는 20개다. 정책이 구체화된 뒤 의견을 내겠다는 ‘보류’나 ‘일부 반대’ ‘신중검토’를 포함하면 100대 과제 중 절반에 이른다. 특히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를 내다보고 세운 환경정책 등의 사안에는 “5년 단임 정부가 2022년 이후 정책을 좌지우지 하려는 모순”이라며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 핵심 4대 과제 ‘안보·언론·조세·노동’ 개편… “절대 안 돼”

① 안보

대북정책은 한국당이 가장 확실히 각을 세우고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남북고위급회담을 개최해 남북기본협정을 채택한 뒤 이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 UN 총회지지 결의 등을 통해 협정의 지지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당은 이에 “현행법에 따라 ‘합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국가 간에 사용하는 ‘협정’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저의가 의심된다. 향후 파격적 성과에 급급해 남남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와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는 “국군포로·납북자는 반드시 송환돼야 한다. 북한에 억류된 상황에서의 당사자 의견은 왜곡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국가경찰에 이양하고 안보 및 테러 등을 전담하는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는 개혁방침에 대해서도 “남북 분단국의 현실과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공업무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며 “정보의 속성상 국내외 정보의 구분이 곤란하고 세계 각국은 국내외 정보를 융합하는 추세”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② 언론

한국당은 정부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침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방송사 임원을 교체해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게 이유다. 정부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사장 선임 등 방송편성규제 관련 제도를 개편해 지상파·종편방송에 대한 새로운 규제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한국당은 당내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영방송 이사장·사장 사퇴 문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현 공영방송 경영진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지난 정권 인사를 찍어내고, 현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겠다는 것은 ‘방송장악’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100 + 새로운 대한민국' 국정과제 보고대회가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③ 조세

정부의 세제개편 방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조세·재정 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세무행정을 보완하겠다는 과제에 대해서는 “국민경제와 직결되는 조세·세제정책의 결정에 있어서는 조세법률주의에 의거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라며 특별기구 설치에 대해 반대했다.

정부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한국당은 “정부의 과도한 지원은 사회적경제의 자조·자립·자치라는 기본원칙을 저해한다” “사회혁신기금은 정부 출연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 재정 및 민간에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타 경제조직과의 역차별을 야기하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정치활동 금지’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세력화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④ 노동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겠다는 과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당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드는 추가 인건비는 국민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으며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비판했다. 성과연봉제 폐기는 “공공기관 개혁에 역행한다”며 “철밥통 먹여 살리기를 위한 국민혈세가 지속될 뿐”이라고 반대 이유를 댔다.

대선 당시부터 꾸준히 논란이 돼왔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과제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증원은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정책”이라며 “공무원연금 고갈, 국가 부채 등 국가재정 문제와도 연결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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