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창산업 오너일가가 꼼수로 부의 상속을 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경창산업 홈페이지>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현 정부 들어 경제계의 관심사는 공정한 부의 분배다. 이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 이후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일반적인 ‘부의 되물림’ 행태는 오너일가 소유의 업체에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이득을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단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법망을 피하면서 교묘한 방법으로 ‘부의 상속’을 진행한 경우도 발견돼 이목을 모으고 있다.

◇ 손일호 경창산업 대표 아들은 투자의 귀재?

창업주 손기창 명예회장이 1961년 설립한 경창산업은 현대모비스 등에 납품을 하는 국내 대표 자동차 부품 기업이다. 현재는 손 명예회장의 아들인 손일호 대표가 올해 5월 말 기준 18.37%의 지분으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또 손 대표와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면 48.68%다.

주목되는 건 경창산업의 관계사로 분류돼 있는 대경A/S다. 2003년 설립된 대경A/S는 현대모비스가 생산하는 자동차 판넬을 판매하는 업체다. 특징은 최대주주가 손 대표의 아들이자 1994년생인 손태훈 씨라는 점이다.

대경A/S의 첫 공시인 ‘2005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손씨는 당시 12세의 나이로 최대주주(45%, 현재 47%)에 올랐다. 그의 지분취득 시점이 명확하진 않지만, 대경A/S가 2003년 설립될 당시의 납입자본금이 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2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어린 손씨의 투자는 매우 적절했다. 대경A/S는 설립초기부터 순이익을 내기 시작, 지난해 기준 부채를 뺀 순자산 81억원, 매출 228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대경A/S는 2005년도부터 매년 1억원씩 배당했고, 지분 절반가량을 보유한 손씨의 누적배당금은 지난해 기준 5억4,000만원에 달한다.

◇ 아들 경영권 승계에 지원 나선 경창산업 오너일가

하지만 대경A/S의 성장배경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존재한다. 경창산업과 대경A/S는 직접 거래를 하진 않지만, 양 사의 주 거래처는 현대모비스로 공통된다. 지난 수십년 간 현대모비스와 관계를 맺어온 경창산업의 영향력이 대경A/S의 성장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네비스탁’은 대경A/S의 경영에 손씨의 모친과 삼촌, 그리고 경창산업의 임원들이 참여한 점을 지적한다. 감사를 맡은 이는 경창산업의 손영재 기획담당 부사장이며, 성운규 경창산업 기획담당 상무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대경 A/S의 이사로 재직했다.

후계자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마련에 경창산업 오너일가와 고위 임원들이 총 출동해 지원에 나선 셈이다. 이는 형태만 조금 다를 뿐, 재벌들이 편법으로 ‘부를 승계하는 행태’와 맥을 같이 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실제 손씨의 경창산업 지분은 2005년 0.21%(2만5,208주)에서 올해 5월 기준 1.76%(30만9,700주)로 증가했고, 그가 최대주주인 대경A/S도 경창산업 지분을 7.23%(127만주)까지 취득했다. 이를 7일 종가로 계산하면 76억원에 달한다. 초등학생 시절 쥐어준 2억원 상당의 지분이 십수년만에 30배가 넘는 지분가치로 돌아온 겪이다.

네비스탁은 “경창산업은 충분히 존경받을 기업이지만, 2~3세 경영자와 관련된 불투명한 의혹들이 그림자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도경영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우지만, 정도의 기준은 주주들도 이해 가능한 보편적인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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