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방침에 대해 정면 거부하는 태세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의지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유죄로 만들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정의하는 한편,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활동에 대항해 '(가칭) 국정원 개악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정우택 원내대표, 홍준표 당대표, 이철우 최고위원.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의지에 정면 대치하는 모양새여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과제로 지목된 국가정보원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당은 당내에 특별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적폐청산 TF 구성을 두고 “우리 당은 (국정원 개혁에 대한) 정치적 의도와 잘못된 방향에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 정부가 적폐청산이라고 추진하는 국정원 개혁은 전임정부에 대한 정치적 보복차원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연일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개혁이 국정원을 무력화시키는 개악이 되지 않도록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히 따지고 감시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이달 중으로 ‘(가칭) 국정원 개악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정원 적폐청산 TF 활동에 대응할 방침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개악저지특위가 빠르면 오늘, 내일 중에 구성될 것”이라며 “지금 결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특위에서는 자체 조사 또는 논의 한 결과에 따라 (국정원 적폐청산) 문제가 국정조사로 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국정원 개악저지 특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이철우 최고위원도 7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개혁이 아니고 개악이다. 특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개악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 당시 ‘불법 감청 사건’과 관련해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 구속된 사건을 언급하며 “(적폐청산) 하려면 한없이 많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이 최고위원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개혁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국회가 여야 동수로 개혁특위를 구성해 국정원 개혁을 한 적이 있다”며 “국정원이 조직개편을 언급했는데, 국정원이 별도로 하면 안 된다. 국회에서 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당, 문재인 적폐청산에 ‘불순한 의도’

홍준표 대표는 국정원 적폐청산 TF 활동을 두고 “과거 사건을 미화하고 조작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홍 대표는 지난달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에서 ‘과거에 있었던 모든 사건을 재조사하겠다’ 그것을 쳐다보며 어처구니없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또 “(국정원 적폐청산 TF) 이런것은 권력의 일탈이다. 정권을 잡고 초기에 의욕이 넘치다보니까 권력을 일탈하는 것”이라며 “권력의 일탈은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원내에서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흠 한국당 최고위원도 지난달 20일, 문재인 정부 임기 5년간 실행에 옮길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적폐청산’이 첫머리에 오른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어떻게 하든 간에 유죄를 만들겠다는 불손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힐난했다.

당시 김태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적폐청산을 1호 과제로 선정한 것에 대해 “그 주요내용 중 ‘기소된 사건 공소유지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 명시한 것은) 이것은 역대 정부나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국정과제고 추진내용”이라며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서 정치보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적폐청산에 한국당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정치적 부담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권 때 국정원이 댓글부대를 운영하며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것은 명백히 불법이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에 앞서 범법행위로 처벌대상이다. 자칫 한국당이 범법자를 옹호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는 문제다.

따라서 한국당이 '정치보복'을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적폐청산에 맞대응하고 있지만, 여론의 흐름에 따라 대응수준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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