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협력업체, 크리스에프앤씨 공정위에 제소
“샘플비 못 받았다” vs “납품계약금에 포함됐다”

크리스에프앤씨가 샘플비 지급을 놓고 협력사와 공방에 휩싸였다. <크리스에프앤씨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골프웨어 ‘파리게이츠’ 브랜드로 유명한 의류업체 크리스에프앤씨(옛 크리스패션)가 ‘샘플비 지급’ 문제를 놓고 전 협력업체 대표와 공방을 벌이고 있다.

8일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의류 임가공 업체 에스더를 운영했던 박모 씨는 최근 크리스에프앤씨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과거 견본(샘플) 제작을 맡기면서 비용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해당 업체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크리스에프앤씨와 거래를 하면서 1억9,000만원의 샘플 비용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업체는 2014년 크리스에프앤씨과 거래 관계가 종료됐으며 현재는 폐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크리스에프앤씨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크리스에프앤씨 관계자는 “샘플비 명목으로 별도로 지급하지 않지만 이후 계약이 이뤄지면 납품계약금에 관련 비용이 포함되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 99%의 의류 업체들이 이 같은 거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못 받았다고 주장하는 샘플 비용도 부풀려진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크리스에프앤씨 관계는 “4년 동안 해당 업체와는 거래한 금액은 20억원에 이른다”며 “일부 납품 계약 건은 샘플도 받지 않고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류업계에서는 협력사에 샘플비 명목으로 따로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통용된다. 제일모직과 LG패션, 코오롱 등 일부 대형업체들 외에는 대부분의 의류업체들이 이같은 거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다만 업계에선 이 같은 거래 관행이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하청업체의 샘플 제작은 의류업체의 주문을 받고 진행된다. 하지만 모든 샘플이 납품 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에프앤씨의 경우 시즌마다 실시되는 내부 품평회를 거쳐 제작된 샘플 중 70~80%만을 계약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탈락한 샘플에 대해서는 협력업체들은 어떤 비용도 보전 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은 향후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같은 비용 부담도 감수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대로 거래가 틀어지는 경우에는 분쟁 사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진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잘 유지될 때는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거래가 끊기게 되면 샘플 비용를 두고 갈등이 생긴다. 이 경우 샘플비를 정산해주는 업체들도 있지만 안 주는 경우가 태반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공정한 거래 관행 만들기를 최대 과제로 내세웠다. 과연 샘플비를 둘러싼 분쟁이 어떤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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