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실형, 더 나아가 중형이 내려질까. 많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2월 17일은 현대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로 남았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 집안의 3세 후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 구속된 것이다. 삼성 총수가 유죄 선고를 받은 적은 있어도,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되는 일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제 이재용 부회장은 역사적인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검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남은 것은 재판부의 판단, 선고뿐이다. 선고공판은 오는 25일로 예정돼있다.

◇ 이재용 단죄가 삼성공화국 종말

이재용 부회장이 유무죄 및 형량은 이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때 못지않은 긴장감이 흐른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상당한 파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경우 우리 사회는 또 다시 격랑에 휩싸이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그리고 이들이 고용한 막강한 변호인단의 승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과거로의 회귀와 같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이건희 삼성 회장 모두 큰 불법을 저지르고도 처벌은 피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까지 실형을 피한다면 법의 테두리에서 삼성만 열외인 비정상적 ‘삼성공화국’이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되는 셈이다.

‘삼성공화국’이란 표현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삼성은 온갖 불법과 편법을 자행해왔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인 ‘노조’는 애초에 싹을 잘랐고, 반도체 공장 직업병 문제엔 눈을 감았다. 그렇게 삼성이 번 돈은 이병철-이건희-이재용 일가에게 막대한 부를 쌓아줬지만, 그 책임은 이들에게 향하지 않았다.

또한 아주 적은 세금을 냈음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을 승계 받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특별한 경영 능력이나 리더십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삼성 내부는 물론 많은 국민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이유는 따로 있지 않다. ‘삼성공화국’의 후계자였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단죄는 이 같은 ‘삼성공화국’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조대환 삼성인권지킴이 사무국장은 법원에 제출한 청원서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제대로 처벌 받지 않는다면, 삼성의 법질서 유린행위는 그 정도가 심해질 것”이라며 “선대 회장으로부터 대물림된 삼성 총수일가의 범죄를 이번에는 끊어 내야한다. 부당한 지배구조, 총수전횡의 기업 경영, 불법적인 정치자금과 비자금을 조성하는 부패한 기업문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파괴하는 반 헌법적인 경영방식, 직업병 피해를 외면하고 사회적 책임을 부정하는 기업문화, 이 모든 것은 삼성 총수 일가가 쌓아 온 잘못된 관행이자, 적폐”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삼성이 더 건강해지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상 이재용 부회장과 일부 수뇌부들은 삼성의 가장 큰 적폐였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그룹을 승계하기 위해 삼성은 ‘무법자’가 돼야 했다. 최순실 같은 존재와 얽히게 된 이유도 결국은 이재용 부회장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들을 확실하게 단죄하는 것은 삼성의 가장 큰 리스크, 가장 큰 암조직을 제거하는 것과 다름없다. 세계적인 기술과 인재, 자본을 보유한 삼성인 만큼, 이 같은 리스크 해소는 삼성에 더 큰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뒤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며, 경이로운 실적을 내놓았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건강한 국가’를 되찾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범 관계다.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받는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핵심 혐의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더 나아가 탄핵의 정당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이재용 부회장이 중형을 선고받을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낳고,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박근혜 대통령이 비로소 단죄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는 “평소 여론재판은 절대 이뤄져서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국민의 법감정과 온전히 동떨어진 판결은 공동체의 판단기준을 와해시키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은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 이전부터 특검의 수사발표를 통해 수사결과를 확인했다. 수사결과의 산물로 법정에 제출된 증거에 따라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권오인 팀장은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 및 정황, 특검의 12년 구형 등을 종합해보면 무거운 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만일 무죄나 집행유예 등이 내려진다면 상당한 국민적 비판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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