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민의당은 자민련(자유민주연합)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국민의당 혁신위원회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를 열고 국민의당의 정체성과 노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는 “국민의당의 정체성은 실체가 없다” “호남에 무엇을 보여줬나” “국민의당은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는 등 온갖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과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와 국민의당 소속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토론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는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안철수 전 대표,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이언주·송기석 의원 등이 함께했다.

배 본부장은 “2004년 자민련의 충청권 영향력 상실 사례와 유사한 경로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은 지역적 기반을 호남에 두고 있지만 정당지지율 흐름을 봤을 때 호남민심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뚜렷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영남으로의 외연 확대에 성공했다. 민주당이 부산 낙동강 벨트에서 다수의 당선자를 배출했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실장은 ‘포지셔니즘(positionism)’ ‘스탠스(stance)주의’를 들며 “국민의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상대에 대한 반응성으로 나타내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뭔가를 말하면 여기에 반응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하면 반응하는 식이다. 자신의 가치를 갖고 밀고 가는 중도가 아니라 남에게 반응성을 보이는 ‘그것이 아닌’ 식으로 스탠스를 잡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이 말하는 ‘우리는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는 스탠스주의로 당이 더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국민의당은 ‘보통정당’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매번 4·13 총선 결과를 들며 “우리는 다당제를 선도한 정당이다”고 말해왔다. 오는 8·27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 대표 후보들도 “국민의당이 있어야 정치판에도 품질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당의 존재의 이유를 한목소리로 역설했었다.

윤 실장은 “국민의당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호남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는데, 호남이 ‘민주당의 우군이 돼라’고 명령한다면 그 명령에 따를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5·18 관련 사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광주에서 인기가 없는 것도 아닌데 국민의당은 호남의 무엇을 대변하고 있느냐”며 “국민의당이 있어야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한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민의당 혁신위원회 토론회에 참석한 박주선(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이 김태일 혁신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