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발생한 살충제 오염 달걀사태가 유럽 각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독일은 7일(현지시간)이번 사건에 대해 정식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프랑스도 살충제 '피프로닐' 에 오염된 달걀이 자국 내에 유입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4일 독일 프랑프루트에서 찍은 달걀. < AP/뉴시스>

[시사위크=강준혁 기자] ‘살충제 계란’ 공포가 유럽을 뒤덮고 있다. ‘피프로닐’이라는 성분이 들어간 살충제를 닭에 사용한 것이 화근인데, 해당 성분이 계란에서까지 검출되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피프로닐’은 다량 섭취하면 간과 신장이 망가질 수 있는 치명적인 성분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달걀 성분 함유된 벨기에산 가공식품 국내 유통… 소비자주의보

‘살충제 계란’ 공포는 지난달 20일, 벨기에 당국이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피프로닐’은 벼룩 등 해충을 없앨 때 쓰이는 맹독성 물질 물질로, 인간이 직접 섭취하는 동물에게는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인간이 피프로닐을 다량 섭취할 경우 신장이나 간, 갑상샘 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AP와 가디언지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벨기에의 한 살충제 공급업체가 닭에 붙은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쓰이는 약품에 피프로닐 성분을 넣어 유통한 것이 원인이다. 살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금지된 성분을 사용한 것인데, 이를 닭에 직접 사용하면서 계란에서까지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벨기에 당국이 ‘살충제 오염 계란’의 실태를 파악하고도 이를 EU에 뒤늦게 통보했다는 점이다.

AP에 따르면 미나 안드레바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8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벨기에 당국은 지난 6월 살충제 계란을 발견했지만 7월 20일이 돼서야 이런 사실을 EU 집행위에 통보했다”며 “EU 회원국들은 인체에 해로우며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정보를 획득할 경우 이를 EU에 당국에 통보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살충제에 오염된 계란은 벨기에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폴란드,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벨기에와 네덜란드 계란을 수입한 유럽 국가들은 수백만개의 계란을 회수한 뒤 폐기처분하는 등 그야말로 ‘초 비상’인 상황이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계란 성분이 함유된 벨기에산 가공식품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파피스 벨기에 코코넛 마카룬 쿠키 △커클랜드 벨기에 초콜릿 쿠키 △에이비에타(AVIETA)사의 냉동 와플 △벨기에 유명 제과회사 로터스(Lotus)사의 와플류에도 계란이 사용되고 있다. <뉴시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가 된 네덜란드나 벨기에산 계란은 현재까지 국내 수입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국내 수입되는 계란은 미국과 태국, 스페인 산이다. 올해들어 조류인플루엔자(AI) 파문으로 인한 계란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네덜란드, 영국,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수입금지 구역에서 빠졌지만 실제 수입은 성사되지 않았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다만 계란 성분이 함유된 벨기에산 가공식품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파피스 벨기에 코코넛 마카룬 쿠키 △커클랜드 벨기에 초콜릿 쿠키 △에이비에타(AVIETA)사의 냉동 와플 △벨기에 유명 제과회사 로터스(Lotus)사의 와플류에도 계란이 사용되고 있다.

한편 한국소비자연맹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유럽 일부 국가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 계란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관련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연맹은 “식약처는 국내 수입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불안감은 여전하다”며 “수입계란은 대부분 외식업체를 통해 유통되고 소비자들의 선택이 제한되는 만큼 관계당국에 수입계란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더욱 철저하게 진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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