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높은 판매율을 보이며 이온음료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코카콜라의 '토레타'와 일본어 '토레타'를 외치고 있는 한 일본 애니매이션 주인공의 모습. < 코카콜라 / 일본TVA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폭염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이온음료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코카콜라음료의 ‘토레타’. 주 소비 타깃인 20대 여성을 겨냥한 광고 전략과 ‘맛이 깔끔하다’는 입소문이 더해져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토레타가 때 아닌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음료의 상큼한 이미지가 잘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품명 ‘토레타’가 실은 일본어란 사실이 알려지고 있는 것. 하지만 한국코카콜라 측은 개발 국가의 이름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부지불식 간, 일본 유행어 따라하고 있는 한국 소비자들

토레타의 인기가 매섭다. 올해 상반기에만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코카콜라와 모기업 LG생활건강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토레타는 연간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이온 음료 시장에서 13%가량의 시장점유율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보수적인 음료 시장에서 출시 1년을 갓 넘긴 신제품이 두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토레타가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마케팅의 힘이 컸다. 지난해 케이블TV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tvN 드라마 ‘도깨비’에 PPL로 참여해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렸다. 당시 드라마 주인공들이 물 대신 토레타를 즐겨 마시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의 뇌리에 자연스레 토레타란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이와 동시에 2년 연속으로 탤런트 박보영을 모델로 내세워 토레타의 생기있는 느낌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토레타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이들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음료의 호불호를 결정짓는 맛이나 향 등 취향에 있지 않다. 바로 제품의 이름 때문이다. 토레타란 “잡히다”, “취하다”, “되다”, “얻다”라는 뜻을 지닌 일본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특히 토레타는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일상’의 주인공인 ‘시노노메 나노’가 즐겨 사용해 현지에서는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코카콜라의 토레타 덕에 한국의 방송과 일상 생활에서는 부지불식 간에 일본의 유행어를 반복해 따라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어로 명명된 제품이 국내에 출시된 배경은 토레타가 일본에서 개발된 제품이라서다. 일본 코카콜라가 개발해 ‘The Coca-Cola Company’ 등록 상표로 인정됐고 이후 국내에 출시됐다. 일본에서 개발한 커피 브랜드 ‘조지아’가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이름으로 사용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런 연유에서 한국코카콜라 측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토레타는 조지아와는 달리 엄연한 일본어라는 점에서 문제의 경중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일상 생활에서도 가급적 일본어를 지양하는 것을 불문율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남녀노소를 상대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의 이름이 일본어라는 건 쉽게 수긍하기 힘든 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는 “영어도 아닌 식민지배 경험이 있는 일본의 말을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건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라면서 “이런 기업들의 행위가 알게 모르게 주로 젊은 층에 번져 있는 언어사대주의 청산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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