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TV시장에서 고전을 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 QLED TV.<삼성전자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전자의 TV사업에 적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전체 판매규모는 크지만,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시장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포기한 대가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QLED 브랜드 네이밍의 실패를 지적하기도 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0조9,2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사업별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TV사업을 담당한 VD사업부의 실적이 부진했을 것으로 내다본다. 통상 2분기엔 에어컨 등의 사업이 호황을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LG전자 TV사업을 맡고 있는 HE(홈엔터테인먼트) 부문은 같은 기간 매출 4조2,300억원, 영업이익 3,430억원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CE부문보다 매출은 절반 이하이면서도, 영업이익은 더 높은 셈이다.

중국 하이센스의 ULED.<하이센스>

업계에선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삼성전자가 아직 LCD TV에 머물러 있는 반면,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에 속하는 OLED TV를 판매한 덕분으로 풀이한다.

해외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초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12.4% 하락한 11%(3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LG전자와 소니는 각각 40.8%, 34.4%의 점유율로 1, 2위를 차지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브랜드명을 QLED로 변경한 게 패착이란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신제품 ‘QLED TV’를 선보이면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벽걸이TV를 벽에 완전히 밀착시키는 기술을 비롯해, 스크린 에브리웨어 등 다양한 기능을 적용했다. 이는 TV의 얇기와 화질이 일정수준 이상 올라온 만큼, 새로운 요소를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미국 비지오가 만든 XOLED.<비지오 홈페이지>

그러나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QLED라는 용어는 OLED처럼 자체적으로 빛을 발할 수 있는 물질을 뜻한다.

백라이트 없는 유리 한 장 두께의 얇은 TV를 만들 수 있어야 하지만, 삼성전자의 QLED TV는 화질을 좀 더 강화한 LCD TV에 불과했다. 이에 국내외에선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이는 오히려 OLED TV와 비교당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 일부 제조사들이 OLED에 대항하기 위해 ULED, XLED 등의 명칭으로 LCD TV를 선보이고 있어, 삼성전자의 QLED가 오히려 이들과 동급으로 취급당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판을 바꾸려는 시도를 한 건 좋았지만, 명칭을 QLED로 한 건 현명하지 못했다”며 “차라리 작년에 반응이 좋았던 SUHD를 꾸준히 이어갔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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