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갈등에 대한 뉴스를 보는 시민.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탄도미사일 및 대북제재 결의안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대립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북한은 ‘괌 포위사격’을 거론하고 나섰으며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기싸움’에 앞장섰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북한은 세계가 목격하지 못한 화염과 분노를 경험할 것이다”고 발언한데 이어 10일에는 “그 표현도 충분하지 못했던 모양이다”는 말로 북한을 압박했다.

◇ 대통령의 센 발언, 준비된 전략인가 즉흥적 수사인가

CNN은 10일(현지시각) 기사를 통해 미국 정계의 반응을 전했다. 공화당 원로이자 상원 군사위원회 의장인 존 매케인은 피닉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훌륭한 지도자는 행동할 준비를 마치기 전까지는 상대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말로 마땅찮은 심기를 드러냈다. 매케인 상원의원 자신은 트럼프가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의 비난은 보다 직접적이었으며 벤 카르뎅 상원의원은 고압적 표현으로 이름 높은 북한식 선전과 ‘화염과 분노’ 발언을 직접 비교하기도 했다.

반면 기후문제와 이민정책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던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10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호하고 나섰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일원인 그는 “대통령의 표현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꼭 좋은 말로 하면 북한이 행동을 바꿀 것처럼 행동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일관되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해왔던 뉴욕 타임즈의 편집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그의 언사를 제어하지 못한 존 켈리 비서실장 이하 백악관 참모진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 타임즈는 9일(현지시각) ‘미사일과 낱말의 공포’ 제하 사설에서 “몇몇 백악관 보좌관들이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너무 깊이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잦은 인사교체로 마찰을 빚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진의 관계가 다시 한 번 문제시됐다.

◇ ‘위기감 고조’에 불안한 투자자들

보좌진의 조언은 투자자들에겐 전달되지 못한 듯하다. 갈수록 깊어지는 국제 갈등에 호조를 보이던 미국과 한국의 주식시장이 한 풀 꺾였다.

블룸버그의 금속 전문 기자 에디 반 데 월트는 “미국의 주식은 더 이상 금만큼 값지지 않다”고 보도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설전으로 고조된 국제적 긴장감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지난 6월 이후 하락했던 금값은 북한이 첫 ICBM 발사실험을 진행한 7월 초 이후 반등했다. 일반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알려진 금값과 주가는 이후 나란히 상승궤도를 타며 관계자들의 주목을 모았다.

주식시장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지난 7일(현지시각) 2,480선을 돌파했던 S&P 500지수는 10일 2,438.21로 하락했다. 반면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알려진 금값은 10일 한때 온스 당 1,287.92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은과 백금 등 기타 귀금속가격도 함께 올랐다.

향후 주가변동에 대한 불안도 높아졌다. 시카고옵션거래소가 S&P 500지수를 기반으로 측정하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지수(VIX)는 10일(현지시각) 장종 시점에서 16.04를 기록해 하루 만에 4.93p 올랐으며 상승률은 44.37%에 달했다.

높아진 ‘북한 리스크’의 영향력은 한국 경제에도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하며 관련 자료를 소개했다. 달러 약세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 중임에도 불구하고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원/달러 환율 10일 종가는 1,145.0원으로 이틀 전에 비해 1.8% 높아졌다. 부도위험에 대한 가격으로 해석되는 CDS 프리미엄도 10일 66bp를 기록해 지난 2016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11일 코스피의 변동성지표인 VKOSPI200지수가 15.95% 높아져 19.1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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