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공정위가 인건비·재고품 떠넘기기 등 대형유통업체의 ‘갑질’ 관행에 칼을 빼들었다. 향후 위법행위가 적발될 시 배상책임이 대폭 강화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유통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18일 가맹분야 불공정관행에 대한 근절대책을 발표한 후 약 한 달 만이다.

현장조사·과징금 부과 등의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관행에 따른 납품업체의 애로가 지속됐다는 것이 공정위가 설명한 유통업계의 현 실태다.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가 경제민주주의에 배치된다고 강조한 공정위는 이번 근절대책을 통해 “유통업체·납품업체 간 자율적인 상생모델 수립과 확산을 유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 법제도 개선 통해 강력대응… ‘징벌적 손해배상’ 포함

공정위는 반복·지속적인 불공정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현행 제재수준을 강화해 법위반 억지력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실손해배상(1배 배상)만으로는 피해업체 구제 및 소송유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다. 앞으로는 대형업체의 고질적·악질적 불공정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3배의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다. 관련 법규를 위반했을 시 부과되는 과징금도 현행 규정의 2배로 인상해 대형유통업체의 위반유인을 억제한다.

제재범위 확대를 통해 ‘법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소매업자만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 소매업자에게 매장을 임대하는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는 12월부턴 상품판매에 실질적으로 관여한다고 판단될 경우 임대업자도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최근 문제시된 온라인유통과 중간유통업체 분야에도 심사지침을 제정해 ‘맞춤형 권익보호’를 강화할 예정이다.

강화된 관리·감시제도는 새 제도의 정착을 돕는다. 공정위는 “유통업별 거래특성과 납품업체의 애로요인이 달라 일률적 제재만으로는 거래관행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매년 중점 개선분야를 선정해 집중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점검결과에 따라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맞춤형 제도개선이 추진될 예정이다. 각 시·도별로 분쟁조정협의회를 운영해 지역 납품업체의 피해구제를 지원하며, 전속고발제도 개편 등 추가적인 개선과제들도 전담반의 논의를 통해 추가·보완될 계획이다.

◇ 실질적 권리보장 위해 구시대적 관습 폐지·정보 공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발표 중 유통업계의 불공정행위를 “기상천외하다”고 표현해 주목을 모았다. 유통업체와 납품업체의 사회·경제적 격차에서 비롯된 ‘비정상거래’가 그만큼 업계에 만연하다는 뜻이다.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의 종업원을 판촉행사 등에 동원해 이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인건비 부담은 고스란히 납품업체가 지는 현 관행이 그 예시다. 앞으로는 유통업체가 이익을 얻은 만큼 인건비를 분담해야 하며 이익비율 산정이 곤란할 경우 양자가 절반씩 인건비 부담의무를 진다.

납품업체가 소비자에게 먼저 물품을 판매하고 유통업체가 판매분 만큼 매입한 것으로 처리하는 ‘선판매 후매입’ 관행도 개선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일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요청했던 판매수량이 아닌 실제 판매량만큼만 매입해 재고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며 이를 반품규제 회피를 위한 탈법행위로 규정했다.

납품업체의 실질적 권리강화를 위해 정보공개의무도 강화됐다. 2018년부터 대규모 유통업거래에 대한 공시제도가 도입된다. 납품업체 수·거래금액·거래방식 등 일반현황과 각종 비용분담내역이 공개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백화점·TV쇼핑몰로 한정돼있는 판매수수료 공개의무도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로 확대해 납품업체가 수수료율을 비교·협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통해 거래의 투명성 제고와 점진적인 수수료율 하락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