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 이슈 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다룬 영화를 공식 관람하면서 구상중인 정책 및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이른바 감성정치다. <청와대>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깜짝 외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일요일 오전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을 찾아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옆자리엔 영화의 실존인물인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가 앉았다. 힌츠페터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린 주역이다. 그 시절 목숨을 걸고 광주 현장을 취재했다. 여기에 또 한사람이 목숨을 걸었다. 김사복 씨로 알려진 택시운전사로, 힌츠페터의 취재를 도왔다. 영화 속 배우 송강호가 맡은 역할이다. 그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아 영화를 함께 관람했다.

◇ 사회적 이슈, 노무현 소재 선호도 높아

문재인 대통령은 끝내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람슈테트도 코가 빨개질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은 서로 따뜻한 악수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까지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다”면서 “영화가 그 과제를 푸는데 큰 힘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영화 관람에 대한 소감이자 정치적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5·18기념식에서도 진실규명을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약속을 담은 정책들이 곧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 이슈를 담은 영화를 공식 관람하면서 자신의 의견과 구상 중인 정책에 대해 설명해왔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엔 실행에 옮겼다. 대형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카트’와 부산의 원전 사고를 그린 ‘판도라’가 그 일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새 정부의 역점 과제로 추진 중이고, 탈원전 로드맵은 고리 원전 1호기의 영구 가동 중지 선언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를 좋아했다. 좋아하는 배우를 송강호로 꼽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송강호는 ‘변호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인물을 연기했다. 상영 당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을 진행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수척해진 모습으로 송강호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역사가 거꾸로 가면서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말을 이용해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옆자리엔 영화의 실존인물인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가 앉았다. <청와대>

영화 ‘변호사’는 흥행했지만 관계자들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송강호는 전임 정권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애국심을 강조하는 영화를 선호했다. 재임 시절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그린 ‘명량’이나 ‘인천상륙작전’ 등을 관람했다. 하지만 가장 첫손에 꼽히는 영화는 ‘국제시장’이다. 독일 파견 광부와 간호사 등의 이야기 속에 박정희 정권 시절의 애환이 담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해당 영화를 관람하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 ‘택시운전사’로 문재인의 민주화운동 재조명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메시지는 다소 달랐다. 그는 분단의 아픔을 말했고, 남북 통일을 강조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흥남철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가 실제 겪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부모 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북한과 해상전투를 그린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한 뒤에는 “노무현 정부 때는 북으로부터 NLL을 공격 받은 적이 없다”며 보수 정부의 안보 정책을 겨냥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화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택시운전사’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80년 5월에서 7년이 흐른 뒤, 힌츠페터의 일명 ‘독일 비디오’가 부산 가톨릭 센터에서 몰래 상영됐다. 뒤늦게 광주의 진실을 깨닫게 된 부산시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거리 시위를 벌였다. 전두환 정권을 무너뜨린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셈이다. 독일 비디오 상영을 주도하고 시위대의 선두에 섰던 사람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영화의 흥행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조명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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