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외치는 베네수엘라 시민들. 산유국의 정치 불안은 유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저유가 기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국제원유의 공급측면에서 불안요인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13일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향후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심도 깊게 분석했다.

미국의 원유재고는 지난 3월 이후 관측된 감소세가 유지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4일 재고량(4억7,500만배럴)은 전주 대비 645만배럴 감소해 시장의 예상 감소치인 237만배럴을 상회했다. 국제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수요가 증가한 것이 예년보다 빠른 재고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정제투입량은 역대 최고치인 일평균 1,757만배럴로 나타났으며 정제가동률도 지난 2005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96.3%를 기록했다.

재고의 감소는 가격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국제원유 생산량에서 1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며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빅3’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 수준이 발표된 8월 9일중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0.8%, 브렌트유 가격은 1.6% 상승했다. 다만 감소가 예상됐던 휘발유재고는 오히려 342만배럴 상승해 유가상승수준을 제약했다.

3월 중순부터 관측된 국제유가 하락세의 주범으로 뽑히는 미국산 셰일오일의 공급 증가세도 한 풀 꺾인 모양새다. 8월 4일 기준 셰일오일 시추기준은 전주와 동일한 658기였다. 월평균 7% 내외를 유지하던 셰일오일 시추기수의 증가율은 올해 7월 들어 2.4%로 축소돼 ‘셰일오일 시추붐’이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여건도 국제유가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원유생산의 약 2.5%를 차지하며 2015년 기준 총수출액 대비 원유수출액 비중이 92.9%에 달할 정도로 원유 의존도가 높다.

베네수엘라의 경제상황은 지난 2014년 이후 유가 급락과 부실경영문제가 겹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6년의 경제성장률은 -18.0%였으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20% 가량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백악관과의 관계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베네수엘라의 비민주적인 정치상황과 높아진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은 경제제재로 이어졌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주요 인사의 미국 내 자산 동결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스위스 투자은행인 크레딧스위스가 베네수엘라와의 증권거래를 일부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주요국의 경제제재가 심화될 경우 원유생산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량이 6개월간 현재보다 20% 낮아질 경우 국제유가는 최소 5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예상을 소개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유가 상승폭은 여타 OPEC국가의 생산쿼터 확대와 셰일오일 증산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소지가 있다”며 국제유가에는 다양한 불확실성이 상존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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