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광복절 경축행사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구상을 밝혔다. 6월 ‘보훈’ 7월 ‘평화적 북핵문제 해결’에서 나아가 확장된 메시지라는 게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국민주권주의’의 기조 아래 새로운 100년을 펼쳐나가자는 미래구상도 밝혔다.

① 보훈

이날 경축사의 서두에 등장하며 또한 가장 많이 할애된 내용은 ‘보훈’이다.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는 국가에 헌신한 유공자들에 대한 ‘보훈’에서 시작한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이다. 이를 위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차관급이던 국가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또한 독립유공자 등을 초정한 자리에서는 500억원의 신규예산 편성을 약속, 명예뿐이 아닌 실질적 보상도 약속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독립유공자 및 유적지 발굴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김구 선생이나 안중근 의사와 같이 국민에게 알려진 독립유공자 대신, 이태준 선생, 장덕준 선생, 남자현 여사, 김용관 선생, 나운규 선생 등을 경축사에서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고, 해외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전하겠다”며 “이번 기회에 정부는 대한민국 보훈의 기틀을 완전히 새롭게 세우고자 한다. 대한민국은 나라의 이름을 지키고, 나라를 되찾고, 나라의 부름에 기꺼이 응답한 분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있다. 그 희생과 헌신에 제대로 보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② 평화

엄중한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서는 ‘평화적 해결’을 당부했다.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는 북한은 물론이고 미국을 향해서도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평화적 해결만이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번영의 ‘원칙’이며,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의 몰락을 전제한 흡수통일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분명히 했다. 대화를 통해 북한이 기존 남북합의를 이행하면, 국내에서도 국회 의결을 거쳐 제도화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무시하고 도발을 계속하면 대북제재와 압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72주년 광복절 경축행사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남북간의 경제협력은 공동의 번영을 가져오고 군사적 대립을 완화시킬 것이다. 경제협력 과정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갖지 않아도 자신들의 안보가 보장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은 한미 정상회담, G20 정상회의, 신 베를린 구상 등을 통해 밝혔던 내용과 비교해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최고조에 달한 북미 간 군사적 긴장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③ 역사

광복절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려 일본정부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촉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일관계의 미래가 중요하지만 역사문제를 바로잡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점을 문 대통령은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의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의 과거사 자체를 비판하거나, 아베 정부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피했다. 대신 고노 담화 등 과거 일본의 노력을 치하하며,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를 당부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시절 불거진 ‘건국절’ 논란도 종결지었다. 문 대통령은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1919년 상해임시정부 수립 시기를 대한민국 건국일로 보는 것으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을 완전히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④ 국민주권

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것은 ‘국민주권’이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운 나라’가 문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주권’이다. 건국이념인 국민주권 하에서 민족이 하나가 될 수 있고,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문 대통령은 “국민주권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보수, 진보의 구분이 무의미했듯이 우리 근현대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력으로 나누는 것도 이제 뛰어넘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지난 백년의 역사를 결산하고, 새로운 백년을 위해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정립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며 “정부의 새로운 정책기조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보수나 진보 또는 정파의 시각을 넘어서 새로운 100년의 준비에 다함께 동참해 주실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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