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가스의 주요 배관공사 및 유지·보수는 사실상 오너일가 개인회사인 인주이앤이가 담당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그동안 만연했던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에 경종이 울렸다. 특히 이러한 행태는 기존의 규제대상인 재벌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기업에서 더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 가스공급 회사의 배관 공사, 오너일가 개인회사가 담당

인천 지역 도시가스 공급업체 인천도시가스의 내부거래 실태도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게 만든다.

인천도시가스의 최대주주는 이종훈 회장으로, 40.7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각종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더하면 68.4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엔 아들 이가원 부사장의 지분 8.64%와 인주이앤이라는 계열사의 지분 14.08%도 포함된다.

주목할 곳은 바로 이 인주이앤이다. 인주이앤이의 지분은 이종훈 회장이 47.81%, 이가원 부사장이 40.09%, 인천도시가스가 4.66%를 갖고 있다.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인주이앤이의 주된 사업분야는 도시가스 관리대행업 및 가스시설 설비공사업이다. 인천도시가스가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가스배관을 설치한다.

실제 인주이앤이의 매출 대부분은 인천도시가스에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매출액 53억원 중 47억원이 인천도시가스 매출이었다. 89%에 달하는 내부거래 비중이다. 2015년에도 39억원의 전체 매출 중 77%인 30억원이 인천도시가스에서 발생했다. 특히 인주이앤이는 2015년 예식장 사업을 종료했으며, 이후 내부거래 비중이 더 높아졌다.

하지만 인천도시가스로부터 발생한 매출은 공사원가가 커 실제 수익이 크지 않다. 지난해의 경우 5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은 7,186만원에 그쳤다.

다만, 인주이앤이는 인천도시가스 지분 14.09%를 보유하고 있어 매년 이에 대한 배당금을 받는다. 지난해 7억7,000만원을 인천도시가스 배당금으로 수령했고, 꾸준히 7억원 이상을 수령 중이다.

이렇게 배당금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다시 배당금을 통해 이종훈 회장과 이가원 부사장에게 돌아간다.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연간 수십억대 매출과 수억대 오너일가 수익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사실이다. 여기에 인주이앤이는 매년 1,800만원을 이종훈 회장의 부인이자 이가원 부사장의 모친에게 임차료로 지급하고 있다. 세세한 부분에서까지 오너일가가 수익을 챙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도시가스 측 관계자는 인주이앤이에 공사를 맡기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가스배관을 매립하고, 유지·보수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상당한 노하우 뿐 아니라 업무 연속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인천도시가스 관계자는 “가스공급 사업특성상 안전이 최우선이며, 여러 문제를 고려해 인주이앤이에 공사를 맡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메인 배관이 아닌 각 건물로 이어지는 배관의 경우 다른 업체에 맡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계열사의 지분 대부분을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 자체가 아니라, 그 회사의 지분을 오너일가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이는 오너일가의 사익을 극대화시켜주는 구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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