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 11번가 두고 롯데와 제휴협상 중… 주도권(경영권) 협상이 관건될 듯

SK플래닛의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롯데가 투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SK플래닛 판교사옥.< SK플래닛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플래닛이 ‘11번가’ 사업의 동맹군 모집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과 지분 매각 협상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다만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롯데와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 대한 제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치열한 경쟁 탓에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쿠팡은 5,65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SK플래닛도 11번가의 마케팅비 증가로 3,651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이 매년 급성장 중이라는 점에서 쉽게 철수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 오히려 각 업체들은 출혈경쟁으로 덩치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SK는 지난해 11번가에 중국 자금 1조원 가량을 유치하려 했지만, 사드 등의 여파로 무산된 바 있다.

또 롯데의 경우엔 11번가 지분 확보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11번가의 거래액은 6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14조원, 롯데 8조원에 이은 것이다. 롯데가 11번가와 합작으로 단숨에 1위 사업자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형태는 11번가를 운영 중인 SK플래닛의 지분을 롯데가 확보하거나, 11번가를 분사 후 SK텔레콤 등과 롯데가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이 제기된다. 현행법 상 SK플래닛은 SK그룹의 손자회사에 해당돼, 국내 기업의 지분보유는 100%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11번가의 경영권을 누가 갖느냐다. 업계에선 쇼핑몰이 ICT(정보통신기술) 사업과 잘 어울리는 만큼, SK가 주도권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SK텔레콤은 미국 쇼핑몰 업체 아마존처럼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통해 11번가의 물건을 구매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아직 기본적인 생필품에 한정된 상태로, 추후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다.

또 서성원 SK플래닛 대표 입장에서도 SK 측이 경영권을 갖기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 SK플래닛은 지난해 플랫폼, 앱마켓, LBS, 휴대폰인증 등의 사업을 SKT 및 계열사에 넘겼고, 올해엔 광고사업 등을 SM C&C에 양도키로 했다. 현재 남은 주력사업은 ‘11번가’뿐으로, 이마저 놓치면 사실상 공중분해 되는 셈이다. 롯데가 11번가의 경영권을 가져가면, 서 대표의 거취도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11번가의 가치를 3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재작년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투자할 당시 평가한 기업가치 5조,8000억원은 오픈마켓에 대한 시장의 우호적인 시각이 남아있던 때”라며 “작년 국내외 주요 PE들의 지분투자 논의에서 제안된 SK플래닛의 기업가치는 3조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즉, 롯데가 절반 가량의 지분확보에 적어도 1조5,000억원 이상을 써야하는 상황에서, 경영권 요구는 당연하지 않겠냐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쇼핑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SK플래닛과 11번가 주도한다는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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