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상품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윤분배구조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기업형 유통업체의 자체브랜드인 PB상품의 이익분배구조에 문제가 제기됐다. 소상공인들은 납품 과정에서 정상적인 이윤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6일 ‘KDI 포커스’를 통해 이진국 연구위원의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 갔나?’ 연구보고서를 소개했다. 연구자는 PB상품의 수익분배구조를 분석하며 공정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촉구했다.

PB상품의 시장규모는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기준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편의점의 매출액 중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달하며, 액수로 따지면 9조원이 넘는다. 특히 편의점 상위 3사의 PB상품 매출액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6배 증가해 PB상품 시장의 빠른 성장률을 증명했다.

그러나 연구자는 관련업자 모두가 PB상품시장 성장의 수혜를 누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여론조사팀이 제조업체 1,0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납품한 PB상품이 제조업체 자신의 이윤을 깎아내는 ‘자기잠식’ 현상이 관측됐다. NB(제조업체 브랜드)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큰 대기업의 경우 PB상품의 매출비중이 1% 증가할 때 전체 매출액이 10억9,000만원 감소했다. 연구자는 유통업체가 자체브랜드 상품의 판매를 위해 NB상품의 납품수량을 줄였거나 소비자가 PB상품을 NB상품의 대체재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제는 영세제조업체에서 더 심각했다. 일반적으로 PB상품은 광고·마케팅·물류비 절감효과를 누릴 수 있어 유통마진과 제조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높다. 조사 결과 대기업에서는 이론과 같은 모습이 나타난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PB상품의 제조 영업이익이 NB상품에 비해 2.3%p 감소했다. 유통마진이 4.4%p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상공인의 경우 제조 영업이익의 감소폭은 4.4%p로 늘어났다.

연구자는 매출액의 증가가 제조 영업이익의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유통기업과 제조기업의 이익배분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높은 유통마진율이 양자의 ‘갑을관계’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 PB 납품업체 309곳 중 30곳이 납품과정에서 유통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있었었다고 응답해 문제의 심각성을 높였다. 납품단가 인하요구와 포장변경비용 전가가 주된 ‘갑질’로 나타났다.

기업형 유통업에 대한 국내 종합소매업의 의존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2014년의 종합소매업 시장규모는 2003년에 비해 53조7,000억원 증가했는데 이 중 78%인 41조9,000억원이 기업형 유통업태의 매출 증가액이었다. 연구자는 “PB의 탄생은 제조기업이 전담하던 영역에 유통기업이 개입해야 가능하다”며 유통기업의 강한 구매력과 영향력이 PB상품과 함께 불공정한 이윤분배구조도 낳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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