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나 그란데 내한 공연 포스터.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유명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내한 공연이 각종 잡음이 휩싸이면서 주최 측인 현대카드에도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공연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열렸다. 공연 자체는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 그란데 측은 대부분의 곡을 라이브로 소화했고 가창력은 흠잡을 데 없었다.

하지만 공연 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터졌다. 그란데 측이 공연 당일 입국해 리허설도 없이 공연을 시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관객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그란데는 공연 시작 불과 3시간에 전에 입국했고 언론의 노출도 극도로 피했다. 내한 이틀 전에 도착했던 일본 공연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라는 점에서 한국을 홀대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인지, 공연의 음향과 조명이 불안정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아리아나 그란데 측에서 판매한 고가의 VIP 티켓도 도마 위에 올랐다. VIP티켓은 공연 전 그란데와 무대 뒤에서 만남을 가지고 리허설 공연을 관람하는 등의 혜택을 포함하고 있었다. 가격은 65만원에 달했다.

◇ 현대카드 25번째 컬처프로젝트, 아티스트 논란에 흠집

하지만 그란데가 리허설도 없이 공연에 오르면서 구매자들은 이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이 혜택에 대해 현대카드 직원, 현장 스태프 등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고객들은 혼란과 불편을 겪어야 했다. 입장 절차에 대한 안내 역시 혼선이 있어서 일반 스탠딩 좌석 고객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불똥은 주최 측인 현대카드에 튀었다. 아티스트의 태도 자체도 문제였지만 주최 측 역시 미숙한 운영 방식을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VIP티켓은 아리아나 그란데 측이 직접 판매한 것이라 주최 측에서 알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입출국을 비롯한 모든 일정이 비공개로 진행돼 주최 측에서 이를 통제하기도 어려웠다며 “공연 자체는 훌륭하게 마무리됐는데 이런 문제가 제기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진땀을 흘렸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그동안의 공연들과는 전혀 다른 문제들을 경험한 특이한 사례”라는 소감을 남기면서 이번 사태를 나몰라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이에 관련 글을 삭제하고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을 정리해 올렸다.

정 부회장은 “공연만 본다면 순조롭게 끝났다”며 “같은 시간대의 투어 이동 중에 사운드 체크만 하고 리허설을 안 하는 것은 가끔 있는 일이고 무대는 투어 표준보다 서울이 오히려 더 컸다”고 운을 뗐다.

◇ 정태영 부회장 “공연 외적인 부분 아쉬워, 더 노력할 것”

하지만 공연 외의 행보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공연 직전에 왔다가 직후에 돌아가는 모습, 언론사 기피 등은 공연마저 기계적으로 보이게 했고 공연이 단순히 두시간의 무대가 아닌 쉐어링(sharing)이라고 생각한다면 섭섭함을 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의 VIP 패키지는 현대카드가 기획하거나 판매한 것이 아니고 저도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며 “알아보니 아리아나 그란데 측이 직접 또는 팬클럽을 통해 두가지 서비스 팩키지를 120명정도에 판매했는데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팬클럽 관리는 아티스트들이 중요시하는 불가침의 영역이어서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혹시 요즘 한국의 정세가 마음에 걸렸다면 오히려 맨체스터에서 보여주었던 용기와 감동을 재현하거나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고 공연을 취소하였다면 더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다음 공연부터는 더욱 원활한 진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내한 공연은 현대카드의 25번째 컬처 프로젝트로 추진됐다. 현대카드의 ‘컬쳐 프로젝트’는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문화마케팅이다. 그간 해외 유명 아티스트 내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주최하며 명성을 자랑해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오점을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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