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종환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오너리스크’로 홍역을 앓아오던 화장품 기업 네이처리퍼블릭이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호종환 대표를 구원투수로 영입해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올 상반기에도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오너 이슈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가운데 사드 악재까지 겹치면서 실적 부진은 더 심화됐다.

◇ 상반기 영업적자 눈덩이… 전년대비 대폭 확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네이처리퍼블릭의 매출은 전년대비 21% 감소한 1,073억8,1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 손실은 43억4,800만원, 당기순손실 67억5,7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보다 대폭 확대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네이처리퍼블릭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8억2,400만원, 18억5,300만원 규모였다.

이에 대해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가 전반적으로 경쟁 심화와 사드 악재로 실적이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화장품 업계는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 여파로 관광객이 줄면서 화장품 판매가 전년대비 감소했다. 국내 1위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30.2% 감소하기도 했다.

이에 재기를 노리던 네이처리퍼블릭도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네이처리퍼블릭이 한 때 화장품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 5위권까지 올라가며 성공가도를 달리다 ‘오너리스크’ 여파로 부진에 빠진 곳이다.

회사의 오너인 정운호 전 대표는 2015년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이듬해 법조 로비 의혹과 횡령 및 배임 혐의까지 추가로 드러나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 로비 파문은 ‘정운호 게이트’로 불리며 큰 사회적 파장을 낳은 바 있다.

◇ 사드 악재에 발목… 적자 수렁 탈출 언제쯤?

이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데 이어 실적도 악화됐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2,618억원 매출에 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전년대비 8.0%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오너 리스크로 기업 공개(IPO) 추진도 물거품이 됐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중국진출 확대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장 작업을 추진했지만 ‘오너리스크’가 터진 뒤 관련 작업을 올스톱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 매장. <뉴시스>

이에 지난해 말 구원투수 격으로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을 영입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말 아모레퍼시픽 그룹 출신인 호종환 대표이사를 신임 수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지난 1983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에 공채로 입사한 후 약 35년간 근무해온 화장품 전문가다.  2005년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숍 에뛰드로 자리를 옮겨 2012년까지 국내·해외 영업본부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해외 사업에 두루 경험을 갖춘 그를 영입해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최근 시장 상황 악화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K-뷰티’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시장은 사드 이슈로 적극적인 진출이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각설도 잠잠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에만 해도 정운호 전 대표가 보유 지분에 대한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최근에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각에서는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마땅한 인수 의향자를 찾고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보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하반기 수익성 개선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2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이전보다 축소됐다”며 “하반기에는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리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중국 사업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장은 조금씩 늘리고 있다”며 “앞으로는 포스트 차이나 시장 발굴에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호종환 대표의 어깨도 무거워질 전망이다. 악화된 업황 속에서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고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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