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약처 브리핑룸에서 살충제 계란 유통량 추적조사와 인체 위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한 뒤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도대체 정부 발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인해 먹거리에 대한 근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조사 결과를 잇따라 수정하면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8일 살충제 계란 전수검사에 대한 최종발표 이후에도 3곳에서 유통 불가능한 살충제 계란이 추가 검출됐는가 하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7개 농장의 난각코드(난각번호)에 또다시 오류가 확인돼 21일 또 정정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전수검사가 사실상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안전하다더니… 전수검사 ‘3일’이 부른 후폭풍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식약처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전수조사 및 보완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52곳 가운데 7개 농장의 난각코드가 잘못 발표됐다고 밝혔다. ‘난각코드’는 소비자가 살충제 계란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계란 껍데기에 적힌 생산자명과 번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검사가 누락된 420곳 농장에 대한 추가 보완검사 결과 3곳이 플루페녹수론 검출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또한 당초 발표된 부적합 농가 7곳의 난각코드가 정정됐다. <뉴시스>

정부가 밝힌 수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18일 오전 9시 기준으로 발표된 경기 평택 김순도 농가의 ‘08KD영양란’은 ‘08KSD영양란’으로 수정했다. 경기 평택 농가의 ‘08쌍용농장’은 ‘08쌍용’으로, 경기 여주 소재 농업법인 조인 가남지점의 난각코드는 ‘08가남’에서 ‘08가남’과 ‘0800103KN’, ‘0800104KN’으로 정정했다.

경기 이천 정광면 농가 농가의 ‘08광면농장’은 ‘08광명농장’, ‘08광명’, ‘08정광면’ ‘0802402NH’로, ‘11서영농장’으로 표시됐던 충남 논산 농가의 난각코드는 ‘11서영친환경’, ‘서영무항생란’이다.

또, ‘14황금’으로 발표했던 경북 경주 농가의 난각코드는 ‘황금0906’, ‘황금0908’, ‘황금0912’, ‘황금0914’, ‘황금0916’, ‘황금0921’ 등 모두 6개로 확인됐다. ‘14다인’으로 알려졌던 경북 의성 전순자 농가 농가는 ‘14DI’라는 난각코드도 사용한 것으로 조사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판매업체에서 난각 번호를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수기로 기록·취합하는 과정에서 기재오류가 있었고, 공표 전 현품 확인이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 비슷한 과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상 살충제 계란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난각코드(난각번호)’라는 점에서 정부의 이같은 정정 소동은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냉장고에 보관하는 계란의 경우, 정부에서 발표한 부적합 농장의 난각코드를 확인해 자체 폐기하거나 구입처에 반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부적합 농장의 난각코드를 잇따라 정정하면서 사실상 난각코드 확인을 통한 ‘자체검열’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 계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나와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모 영농조합법인 저장창고에 살충제 비펜트린 성분이 0.04ppm이 검출된 '08광명농장' 생산분 계란 8460개가 폐기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정부의 보완검사에서 살충제 계란 부적합 농가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부실검사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앞서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9일부터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 중 일부 검사 항목이 누락된 전국 시·도 420곳 농장에 대해 보완조사를 실시했다. 21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보완조사 결과, 3곳이 플루페녹수론 검출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사용이 금지되거나 허용 기준치를 초과 검출해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농장은 총 52곳으로 늘어났다. 농식품부는 이들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의 출하를 중지했으며, 현재 유통된 물량을 전량 회수·폐기를 위해 추적조사 중이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발표가 큰 의미가 없다”는 회의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전수검사 결과를 발표한들, 금세 난각코드가 정정되거나 살충제 계란 검출 농가가 추가로 발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실제 정부의 재조사에 이어 보완조사에서까지 유통 불가능한 살충제 계란이 검출되면서 불신과 불안감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서두른 것이 부실검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전 농가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인데,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한 차원이었지만 오히려 ‘3일’이라는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속도를 낸 탓에 정확성을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서 살충제 달걀 파문과 관련해 “국민께 염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축산과 식품 안전을 위한 종합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범부처 살충제 계란 대응팀(TF) 구성, 축산관리시스템 점검 등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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