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산업은 상당 부분을 로봇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국의 로봇산업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포용적 성장이라는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을까.

한국은행은 20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글로벌 로봇산업의 현황을 분석하며 한국이 나아갈 길을 찾았다.

◇ 쓰기는 많이 쓰는데 한국의 기술력은 ‘글쎄’

글로벌 로봇시장은 2010~2015년 동안 연평균 18%의 고성장을 지속했다. 산업용 로봇시장이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연평균 20% 성장했다. 세계은행은 로봇산업이 인공지능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상승 국면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한국은행 또한 “로봇기술 및 산업은 향후 글로벌 생산성·고용·서비스업 등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중요성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 또한 산업과정에서 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 근로자 1만명당 로봇수를 뜻하는 ‘로봇 밀집도’에서 2015년 531을 기록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산업용 로봇수요 또한 동년 4만대에 근접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자체기술력은 높은 활용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로봇산업의 미국 대비 기술격차 지표에서 한국은 4.2를 기록해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유럽연합(1.4)보다도 기술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연구와 개발은 산업간 중장기적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민간기업과 학계의 협력을 독려할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주요국들이 이미 로봇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점은 한국의 대외경쟁력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지난 2011년 첨단 제조업 발전의 4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로봇기술을 선정하고 막대한 R&D 자금을 지원했다. 구글·아이로봇 등 미국의 거대기업들은 로봇시장의 성장에 자극받아 서비스용 로봇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수요에 비해 자국기술이 부족한 중국은 외국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세계 3위 로봇제조 기업인 쿠카(독일)가 51억달러에 중국으로 인수된 것이 그 예다.

세계 10대 산업용 로봇제조 기업 중 6곳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도 로봇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육성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로봇혁명 실현회의를 설치하며 당시 6,600억엔 규모였던 자국 내 시장규모를 2020년까지 2조4,000억엔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관련 산업의 규제완화 조치가 함께 이뤄졌다.

◇ 누군가에겐 슬픈 자동화의 미명… ‘로봇세’가 열쇠 될까

모두가 발전하는 신산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20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반면, 없어지는 일자리는 716만개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수의 연구보고서는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교란이 저소득층에게 더 치명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2014년 MIT프레스저널을 통해 발표된 ‘정보통신기술은 숙련수요를 양극화시켰는가’ 연구보고서는 근로자의 학력과 정보통신기술의 사용률이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발표했다. OECD의 2016년 자료는 중·저소득층일수록 산업자동화에 위험을 느끼는 인구비중이 높음을 드러냈다. 동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소득 하위 10%인구의 21%가 자동화에 따른 위험에 노출된 반면 상위 25%는 해당 위험이 없었다.

한국은행은 로봇산업으로 인한 일자리 소멸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래 직업시장의 변화에 대비한 교육 및 훈련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업보험 등 사회안전망의 정비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최근 논의되기 시작한 ‘로봇세’가 소득재분배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의 한 예시로 제시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올해 2월 로봇산업으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며 관련 산업에 대한 세금 부과를 주장하고 나섰다. 늘어나는 산업용 로봇이 고용을 감소시키며 이는 곧 국가의 조세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였다. 로봇세를 통한 조세증가분은 실직자 지원과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증대 사업에 쓸 것이 제안됐다.

게이츠의 주장은 각계의 반발에 부딪쳐 실현되지 못했다. 과세범위 확정이 어렵다는 지적과 산업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럽연합 의회도 올해 1월 인공지능 로봇을 ‘전자 인간’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세금 부과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세금 도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로봇에 저소득 근로자의 구조적 실직에 대한 금전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는 향후 로봇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제기될 문제로 보인다.

한편 한국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2017 세법개정안’은 일부 외신을 통해 ‘세계 최초의 로봇세’로 알려지기도 했다. 첨단 기계에 대한 투자액의 세액공제율을 축소하도록 명시한 항목이 로봇산업에 대한 과세로 해석된 결과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