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고척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프로야구 경기 도중 경기장에 비가 새는 모습이 확인됐다. <KBSN SPORTS 중계화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문을 연 고척스카이돔(이하 고척돔)은 국내 최초의 돔 야구장이다. 비 오는 날은 물론,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도 적정한 온도 속에서 야구 경기가 가능하다. 공연장으로 활용될 때도 마찬가지다.

비록 부지선정부터 공사과정, 최종 완공에 이르기까지 숱한 논란이 있었지만, 고척돔은 금세 서울의 또 하나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비 오는 날 경기가 취소되지 않고, 무더운 여름에도 상대적으로 쾌적하게 야구를 볼 수 있다는 점은 고척돔이 야구팬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요소였다.

하지만 지난 20일, 고척돔에서는 비가 줄줄 샜다. 이날은 주말을 맞아 많은 관중이 고척돔을 찾았다. 궂은 날씨였지만, 고척돔이기에 걱정 없이 야구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관중들을 기다린 것은 ‘비 새는 돔구장’이었다.

돔구장 내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장면은 방송중계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네티즌들은 “조립식인 우리집 창고도 비는 안 샌다”(아이디 Ke******), “지은 지 얼마 됐다고 비가 새나”(아이디 타****), “선수들이 목마를까봐 물 뿌린 것”(아이디 야**)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척돔에 비가 샌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개장 첫 해인 지난해에도 비가 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하자보수가 진행됐지만, 올해 또 다시 비가 새면서 고척돔은 매년 비가 새는 돔구장이 되고 말았다.

고척돔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으나, 벌써 2번째 누수현상을 드러냈다. <뉴시스>

◇ 비슷한 위치에서 또 누수 발생

지난해 누수는 경기장 내부의 빗물받이 배수관에서 발생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의 대형 경기장 시설은 비가 올 경우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설계한다. 하지만 고척돔의 경우 지붕이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 여유 공간이 없어 배수관을 설치해야 했다. 그런데 배수관을 외부로 설치할 경우 미관상 문제 등이 발생해 배수관을 내부에 설치했다.

서울시설공단 고척돔 시설담당자는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선 외부를 통해 살펴봐야 하는데, 누수가 발생한 이후에도 계속 날씨가 좋지 않아 안전상의 문제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지난해 발생한 누수와 위치 및 현상은 유사하다”고 말했다.

고척돔을 지은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과부하가 있었던 것 같다”며 “보수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하자보수를 하고도 유사한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은 부실공사 의혹을 가시지 않게 한다. 심지어 고척돔은 2015년 11월 개장해 지난해부터 프로야구 경기가 펼쳐진 새 건물이다.

집중호우 때문이라는 해명도 납득이 쉽지 않다. 물론 이날 고척돔에 많은 비가 쏟아진 것은 맞다. 고척돔 관계자에 따르면, 시간당 15mm의 폭우가 집중적으로 내렸다. 하지만 이 정도 비를 ‘기록적인 폭우’로 보긴 어렵다. 자연재해 수준의 폭우로 인해 누수가 발생한 것은 아닌 것이다. 이는 지난해 7월의 누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척돔 내에 빗물받이 배수관은 70여개에 달한다. 다른 배수관에서 누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하자보수 기간은 내년 9월이면 끝난다. 이후 발생하는 하자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혈세가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동일한 하자의 경우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하자보수 기간이 다시 산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법적 해석이 복잡하다”며 “지난해 하자보수를 하고도 또 비가 새는 현상이 발생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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