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평택 기지 진출을 준비 중인 파파존스가 부대 입점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예비 가맹점주의 권리를 박탈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예비 가맹점주는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파존스 실무자들에게 향응과 성접대를 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파파존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점을 상대로 한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피자 프랜차이즈 ‘파파존스’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 전망이다. 파파존스가 입점이 까다로운 미군 부대 문턱을 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예비 가맹점주와의 계약을 깨고, 한 군납업체에게 가맹권을 넘기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미군 부대 가맹권리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예비 가맹점주 P씨는 이 과정에서 파파존스 관계자에게 성접대까지 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 미군 부대 입점 ‘일등공신’에서 ‘토사구팽’된 예비 가맹점주

지난 22일 종각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제보자 P씨는 파파존스와의 ‘잘못된 만남’에 얽힌 얘기를 기자에게 털어놨다. 고수익이 예상되는 미군 부대 내 파파존스 가맹사업자가 되기 위해 공들였던 지난 2년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는 게 골자다.

P씨와 파파존스의 악연은 지난 201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용산과 오산, 평택 등 미군 부대에서 ‘크리스피크림 도넛’ 가맹점을 운영하는 P씨는 미군들이 즐겨먹는 피자 브랜드가 부대에 단 2개(피자헛, 안토니스피자)뿐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P씨는 “새 피자 브랜드를 들여온다면 기존 브랜드처럼 월 1억 매출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미국 3대 피자 브랜드인 파파존스를 들여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P씨와 파파존스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파파존스 역시 P씨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미군 부대 진출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파파존스가 부대 내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자신을 매력적인 사업 파트너로 느꼈다는 게 P씨의 생각이다. P씨는 “파파존스의 미군 부대 진출을 돕는 조건으로 부대 내 가맹점주의 권한을 부여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P씨에 따르면 미군 부대에 외식 업체를 입점 시키기 위해서는 군 복지단 성격의 ‘AAFES(Army & Air Force Exchange Service)’를 통해야 한다. 주한 미군의 AAFES는 물론, 일본 오키나와에 위치한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거쳐 미국 댈러스 본사의 승인이 내려져야 부대 안에 새로운 외식업체 입점이 가능하다. 특히 피자의 경우 AAFES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어 주한 미군에서 다른 경쟁 업체의 등장을 꺼린다는 게 P씨의 설명이다.

높은 장벽에도 불구하고 P씨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백분 발휘해 프로젝트를 목전까지 완성시켰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파파존스 본사와 P씨 측 간에 정식계약이 체결됐다. 다만 계약서에는 공동대표자인 S씨의 이름만 올렸다. S씨는 P씨의 25년 지인으로, 프로젝트 진행 도중에 공동 대표자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P씨가 미군 부대에서 다수의 도넛 가맹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니 매출이 크게 잡혀 많은 세금을 물게 될 것을 고려해, 계약서에는 S씨만 이름을 올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P씨는 파파존스의 매출 3%만 받는 조건으로 공동 대표로 섰다. 파파존스 측도 합의서 작성을 통해 P씨의 공동 대표 자격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입수한 합의서에는 “한국파파존스는 헤븐 대표자 S와 P에게 2016년 10월 4일부로 평택 미군기지에 대한 가맹점 권리를 부여하였습니다”라고 적시돼 있다.

정식계약을 맺고 두 달 뒤 미군으로부터 파파존스 평택부대의 입점 허가를 받아냈다.

순조롭던 오픈 준비는 올해 초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파파존스 본사가 갑작스레 푸드트럭 형식으로 입점하는 방식을 문제 삼으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는 게 P씨의 주장이다. P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는데, 내가 잠시 한국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결국 사달이 났다”고 말했다. P씨가 미국 길에 올랐던 올해 3월 18일부터 4월 3일 사이 파파존스 입점 계약이 파기된 것이다.

P씨는 “나를 공동대표 자격으로 인정했던 파파존스와 동업자인 S가 나에게 말 한마디 없이 계약을 파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가나무역’이라는 곳이 파파존스의 미군 부대 새 사업 파트너로 등장했다고 말을 이었다.

◇ 제보자 P씨 “마포 모 호텔에서 향응·성접대 192만원 써”

P씨는 미군 부대 입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파존스 직원들에게 성접대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접대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당시 일을 꽤나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P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4일 저녁, P씨와 공동 대표자인 S씨, 그리고 실무를 담당했던 파파존스 관계자 2명은 저녁을 함께했다. 미군 부대 사업과는 별개로 S씨가 강원도 원주의 한 리조트에 파파존스를 오픈하게 된 것을 축하하고, 지난 1년 8개월간의 노고를 자축하는 자리가 열린 것이다.

P씨는 “용산구 보광동에 위치한 갈비집에서 1차가 끝나고, 마포의 모 호텔로 이동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이 호텔 내 단란주점으로 일행을 안내했다”면서 “단란주점에서 양주 3병을 마시고 나서 S씨와 파파존스 실무 담당자 2명 등 총 3명은 파트너들과 각자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P씨는 “이곳에서 접대 비용으로 사용한 금액은 총 192만원. 단란주점에서 102만원이 지출됐으며, 호텔 객실 비용으로 한 사람당 30만원씩 총 90만원이 쓰였다”고 덧붙였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날 접대비는 외상 처리 됐다. 접대 이틀 후인 16일 S씨로부터 192만원을 계좌이체 받은 P씨가 다음날 단란주점에 폰뱅킹 결제(송금)했다. 이 같은 돈의 흐름은 P씨의 통장 거래 내역과 폰뱅킹 거래 내역을 통해 확인된 부분이다.

P씨는 “동업자이자 내 소개로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된 S씨가 나에게 말 한마디 없이 계약을 없었던 일로 한 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면서 “여기에는 S씨와 파파존스 실무 직원, 가나무역 사이에 모종의 유착관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파파존스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일방적인 P씨의 주장일 뿐 사실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낭설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현재 가나무역과 평택에 입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건 사실이지만, 이는 기존 파트너들과 계약이 파기됨에 따라 진행된 지극히 정상적인 비즈니스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파파존스 관계자는 “계약서 상에는 최초 계약 체결 후 3개월 안에 부대 안에 파파존스가 입점하기 위한 주소를 획득하지 못하면 계약은 파기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기존 파트너들과 계약이 파기된 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파파존스는 또 자신들과의 계약을 맺은 당사자는 S씨이지 P씨는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서상에 S씨의 이름만 기재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P씨를 공동대표 자격으로 인정해준 합의서에 대해서는 “미군 측과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합의서가 필요하다는 P씨의 요구에 따라 작성해 준 것이지 그를 계약 주체로 인정한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라는 주장이다. 파파존스 관계자는 “당사자(파파존스 실무자들) 모두, 술자리는 가졌지만 성접대라고 할 만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전하는 건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회사에서는 법정 대응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본지는 파파존스 미군부대 가맹권 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명인 S씨와도 접촉했으나 그는 “할 말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