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실형이 선고되면서 삼성가 총수들의 흑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좌) 선대회장은 사카린 밀수사건, 이건희(가운데) 회장은 비자금, 이재용(우) 부회장 뇌물죄 등 3대에 걸쳐 부정부패 및 비리가 이어져왔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징역 5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실형이 선고됐다. 삼성그룹 총수로는 첫 실형이다.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을 비롯해 아버지 이건희 회장도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적은 있지만 한 번도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적은 없다. 불법과 편법으로 이룬 ‘삼성공화국’의 구태, 그리고 정경유착 부정부패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 사카린, 비자금, 그리고 뇌물… 3대(代)에 걸쳐 이어져 온 불법과 비리 

삼성그룹의 서초동 악연은 3대에 걸쳐 이어져왔다.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은 1966년 이른바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사카린 밀수사건’은 당시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한국비료공업이 대량의 사카린을 건축자재로 속여 밀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하지만 이병철 선대회장은 처벌 받지 않았다. 대신 그의 차남이자 밀수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창희 당시 한국비료 상무가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한국비료 지분을 전부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 은퇴를 선언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2대 회장이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은 1995년(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의혹)과 2008년(비자금 의혹, 삼성특검)으로 두 번 기소됐지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마저도 시간이 흐른 뒤 사면처리 됐다. 2005년엔 ‘X파일’ 사건이 터졌지만 이건희 회장은 미국체류중이라는 이유로 서면조사만 받았고 무혐의 처리됐다. ‘X파일 사건’은 삼성 임원진이 정치권·검찰에 금품 제공을 논의한 것이 녹음파일 형태로 폭로된 것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낳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2008년 당시 삼성전자 전무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돼 불법승계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받았지만 역시 처벌 받지 않았다. 삼성 총수들은 검찰과 여러 차례 악연을 맺었지만 대규모 변호인단을 동원한 치밀한 방어 전략으로 고비를 넘겨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재판부는 뇌물죄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이로써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구속수감된데 이어, 첫 실형 선고라는 오점을 삼성가 역사에 남기게 됐다.

◇ ‘정경유착 부정부패’ 법꾸라지… 이재용은 안통했다 

공교롭게도 삼성가 3대의 비리는 ‘정경유착 부정부패’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인 고(故) 이맹희 씨는 1993년 발간한 자서전 ‘회상록 - 묻어둔 이야기’를 통해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을 “박정희 대통령과 이병철 회장의 공모 아래 정부기관들이 적극 감싸고 돈 엄청난 규모의 조직적인 밀수였다”고 고백했다.

이건희 회장이 연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의혹 역시 대표적인 정경유착 사건이다.

이번에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는, 자신의 경영권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및 비선실세에게 뇌물을 건넨 것이 핵심이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하게 밀착한 사건”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날 재판부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특경가법상) 횡령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이재용 부회장의 5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삼성그룹을 이끌어오던 이재용 부회장은 ‘뉴삼성’ 대신 구치소에서 ‘옥중경영’을 하는 처지가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은 즉각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에 대한 최종 사법적 판단은 결국 대법원에 달린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추락한 삼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징역 5년’ 1심 실형 선고가 유독 뼈아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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