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실적에서 쿠첸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2020년가지 5,000억원 매출 시대를 열겠다던 청사진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사진은 쿠첸이 지난해 10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제120회 중국 추계 수출입상품교역회'에 참가한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2020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던 쿠첸의 청사진에 먹구름이 꼈다. 지난해 대규모 실적 개선을 기록했던 쿠첸이 올해 들어 급격히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해 전체 성적표를 가늠하는 1분기 실적에서 다소 주춤한 듯 하더니, 2분기에는 기록적인 하락세와 함께 어닝쇼크를 입었다.

◇ 영업익 1만2,027% 감소… 적자 기업된 쿠첸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쿠첸은 올해 2분기 49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637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에 비해 22%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2분기에 4,700만원의 영업적자를 봤던 쿠첸의 적자폭은 크게 늘었다. 무려 1만2,027%가 증가한 57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늘었다. 지난해 2분기 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던 쿠첸은 올해 2분기 53억원으로 손실이 불어났다

기록적인 실적 하락를 경험하면서, 올해 1, 2분기를 더한 상반기 전체 실적도 악화됐다. 매출은 전년 상반기 대비 11% 감소한 1,1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34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쿠체은 올해 동기에는 51억원의 영업적자를 달성했다. 당기순이익 부문도 적자 전환됐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2015년 전체 순이익에 버금가는 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던 쿠첸은 올해 같은 기간 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쿠첸 관계자는 “상반기 전체 실적이 감소한 건 판매관리비가 10억원 가량 증가한 영향 때문으로 분석되지만, 2분기 실적만 놓고 봤을 때는 내부적으로 따로 분석해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흑자 경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장 이번 3분기에 실적 반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쿠첸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쿠첸을 둘러싼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불황으로 인한 내수침체로 밥솥 판매가 줄어든 가운데, 사드 배치에 따라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쿠첸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2015년 해도 밥솥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구’ 아이템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양손에 한국산 밥솥을 들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을 목격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이 같은 풍경은 많이 사라졌다.

◇ 내수 얼어붙고 유커들도 급감… 5,000억 매출 먹구름

이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국산 전자제품보다는 화장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트렌드가 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중국인 관광객들마저 뜸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28만 여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9.3% 감소한 수치다. 넉 달 째 60%가 넘는 감소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경쟁업체인 쿠쿠와 달리 내수에 전적으로 매출을 의존하고 있는 쿠첸에게 더욱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쿠첸은 전체 매출의 5%만을 수출이 담당했다.

사정이 이쯤 되면서 매출 5,000억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의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게 됐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말 이대희 쿠첸 사장은 “2020년 회사 매출액을 5,000억원으로 늘리겠다”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 밥솥 시장의 ‘다이슨’이 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1만2,027%의 영업 실적이 증발하면서 코스닥시장에 재상장한지 2년 만에 실적 위기에 봉착한 쿠첸이 위축된 내수 시장과 중국인 관광객 감소라는 악재를 뚫고 밥솥 시장의 다이슨이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가전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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