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응답하라 1988’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는 누굴까? 한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가수들이 있지만 왜 우린 ‘그’를 잊지 못하는 걸까?

이등병의 편지, 서른즈음에, 사랑했지만···, 먼지가 되어 등 명곡을 우리에게 선물하고 간 ‘그’. 그의 노래에 담긴 뜨거운 삶과 사랑은 바로 우리들의 일상의 삶 그 자체였다. 1996년 1월 6일 국민 가수 김광석은 이등병으로 훈련소도 갔고, 누구보다 아픈 사랑도 했고, 서른도 지나서, 정말 먼지가 되어 치열했던 삶을 다 떠안고 저 편안한 곳으로 갔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의 작곡가는 누구일까? 노후대책으로 아는 사람 다 가수가 된 후에 데뷔한 강승원 음악감독이다. 서른 즈음에 기타를 잡고 흥얼거리다가 첫 가사 ‘담배연기처럼 또 하루 멀어져간다’가 나왔다. 그리고 재수 좋게 ‘서른 즈음에’라는 명곡이 만들어졌다. 원래 가수지망생이었던 강승원 감독이 한 음악회에서 먼저 ‘서른 즈음에’를 불렀다. 그런데 광석이가 돈다발을 들고 와서 “형 이거 저 주세요!”라고 했다. 한참 야단을 치며 “우리 사이에 돈이 뭐냐”며 “그냥 가져가”라고 했을 뿐이다. 악보를 준 게 아니고 한두 차례 들려줬을 뿐이다. 천재가수이자 국민가수인 김광석이 외워서 녹음한 것이다. 가수 김광석은 갔지만 그의 노래 ‘서른 즈음에’는 영원히 우리들 맘속에 있게 한 것도 어쩌면 강승원 감독 아니 가수 강승원의 공일 것이다.

지금도 살아 있는 듯한 가수 김광석과 만나고 싶은 팬들은 그의 콘서트가 그립기만 하다. 되돌리고 싶은 그 시간. 그 시간을 되돌리는 뮤지컬 <서른즈음에>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다. 누구나 공감하는 질문으로 시작해 삶에 대한 후회와 기억, 동시에 서른 즈음에 겪는 사랑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따뜻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으로 그린 작품이다. 노래처럼 아주 특별한 기적 같은 이야기를 통해 서른 즈음의 청춘들이나, 서른 즈음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나 삶의 의미와 행복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7년 팍팍한 삶의 무게를 견디는 중년 현식 역할엔 연기파 뮤지컬 배우 이정열과 조순창이, 1997년 꿈과 사랑을 찾는 청년 현식 역할엔 아이돌 스타 산들(B1A4)과 뮤지컬배우 백형훈이 열연을 한다. 이들과 함께 할 사랑스러운 긍정의 아이콘인 여주인공 옥희 역할에는 디테일한 감정과 연기로 인정받는 뮤지컬 배우 유주혜와 상큼한 외모뿐 아니라 놀라운 가창력으로 타고난 아이돌이라고 불리우는 '러블리즈'의 케이(Kei)가 맡았다. 특히나 ‘러블리즈’의 케이는 처음으로 뮤지컬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라 남다른 각오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연출은 '히든싱어'와 '팬텀싱어'를 만든 JTBC 조승욱 PD가 맡았다. 김광석을 사랑하고, ‘서른 즈음에’를 기억하는 우리 모두에게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비롯, 윤도현 ‘오늘도 어제 같은 나는’ 등 강승원 씨의 주옥 같은 명곡들로 채워질 뮤지컬 <서른즈음에>는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10월 20일부터 12월 2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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