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는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웃기고 울려왔다.

[시사위크=이수민 기자] 2017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는 누구일까. 아마 각자의 기준이나 취향에 따라 여러 배우가 거론될 것이다. 혹은 “이 배우는 아니다”라며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고, 또 이견이 가장 적을 배우는 아마도 이 사람이 아닐까.

송강호. 사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배우다.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도, 개성 넘치는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고 서울의 명문대 연극영화과를 나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서 있다.

송강호의 데뷔작은 1991년 연극 ‘동승’으로 알려져 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연극 무대에 올랐다. 당시를 기억하는 그의 동료 배우들은 “송강호가 힘들게 생활해 안쓰러웠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첫 영화는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었다.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때 송강호의 나이가 딱 서른이었다.

송강호라는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린 것은 역시 ‘넘버 3’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대모사로 회자되는 명대사를 남겼다. 당시 송강호의 연기는 코믹했지만, 너무나도 리얼했다. 보통 연기 내공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후 ‘조용한 가족’으로 첫 주연작을 거친 그는 줄줄이 명작을 탄생시킨다. 1999년 ‘쉬리’와 2000년 ‘반칙왕’, ‘공동경비구역 JSA’ 등 한국 영화사에 남을 작품에서 존재감을 떨쳤다.

송강호의 필모그라피는 조금의 빈틈도 없다. ‘복수는 나의 것’, ‘YMCA 야구단’, ‘살인의 추억’, ‘효자동 이발사’, ‘남극일기’, ‘우아한 세계’, ‘괴물’,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의형제’, ‘푸른소금’, ‘하울링’, ‘설국열차’, ‘변호인’, ‘관상’, ‘사도’, ‘밀정’, 그리고 ‘택시운전사’까지.

송강호는 당대 최고의 감독들이 앞 다퉈 선호한 배우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과는 ‘공동경비구역 JSA’를 시작으로 복수시리즈 첫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 등 굵직한 작품을 함께했다.

김지운 감독과의 인연도 깊다. 첫 주연작인 ‘조용한 가족’과 초기작인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으로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

봉준호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 대표작을 함께했다. 이밖에도 조연 시절 ‘초록물고기’로 인연을 맺은 이창동 감독과 ‘밀양’으로 재회했고, 한재림 감독과는 ‘우아한 세계’와 ‘관상’을, 장훈 감독과는 ‘의형제’와 ‘택시운전사’를 함께했다. ‘사도’의 이준익 감독, ‘하울링’의 유하 감독 역시 송강호와 인연이 있다.

영화인보다 더 송강호를 사랑한 것은 역시 관객들이었다. 송강호는 무려 세 편의 ‘천만영화’를 갖고 있다. ‘괴물’, ‘변호인’, 그리고 가장 최근 ‘택시운전사’까지 모두 천만관객을 넘어섰다.

비록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작품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회자되는 작품도 많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의 이러한 행보가 20년 동안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이다. 그렇게 송강호와 관객 사이엔 오랜 시간에 걸쳐 두터운 신뢰와 애정이 쌓였다.

이는 연기력은 물론이고, 작품을 선택하는 눈과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중엔 영화적 작품성 또는 재미가 뛰어날 뿐 아니라 사회적 울림을 남긴 작품도 더러 있다. ‘변호인’과 ‘택시운전사’가 대표적이다. 특히 ‘변호인’의 경우 당시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했다면 출연 결정이 쉽지 않았을 작품이다. 덕분에 그는 ‘블랙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게 된다.

송강호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2014년 백상예술대상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뒤 수상소감에서 세월호를 언급하며 “힘과 용기를 잃지 마시라”고 말했다. 같은 해 부일영화제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 그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영화에서 그가 맡은 ‘용기 있는 주인공’이 현실로 걸어 나온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는 결코 ‘인기’를 의식해 이러한 언행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순리와 상식을 알고, 그에 따를 뿐이다.

2014년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굳이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권력이든 모든 것들이 국민 여러분들로부터 나오듯 배우 송강호라는 존재 자체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겠다.”

우리는 송강호의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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