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선고를 두고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일각에선 혐의에 비해 ‘징역 5년’이라는 형량이 가볍다는 논란도 있고, 그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삼성은 항고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사법적 판단은 대법원까지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종 사법적 판단을 떠나 이번 사건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던지는 메시지는 그리 가볍지 않다.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불법·편법 경영권 승계’ 꼬리표였다.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를 비롯해 1999년 삼성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발행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경영권 승계는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일관돼 왔다.

이번 사건도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및 비선실세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요약된다. ‘정경유착 부정부패’. 불법과 편법으로 경영권을 얻으려 했다는 게 핵심인 셈이다.

특히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추진계획 등이 모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비율로 책정됐다는 논란으로 현재 민사소송이 진행중인 사안이다. 삼성 측은 그동안 ‘사업구조조정을 위한 경영상의 판단’이라고 주장해왔지만, 1심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 중 하나라는데 무게를 더 실었다. 이는 삼성물산 합병이 법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유죄는 선대회장부터 이어져 온 불법과 편법을 끊지 못한데 따른 ‘책임’이자, ‘업보’인 셈이다.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유·무죄 여부나 형량을 둘러싼 논란과는 별개로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삼성그룹 총수’라는 정당성에 큰 타격을 입은 것만은 명백해 보인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한 번도 상석에 앉은 적이 없다” “삼성그룹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내가 아닌 최지성 실장” 등과 같은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은 ‘삼성 후계자’로서의 무능함과 리더십 부재를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당당히 경영에 복귀한다 하더라도,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후계자에게 국가 명운이 걸린 기업의 최고경영을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편법과 불법, 그리고 거짓말…. 이를 인정한 1심 재판부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는 결국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관건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이같은 메시지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느냐’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재용의 뉴 삼성’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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