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홀 미팅에 참석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양적완화의 축소 시점은 미지수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자신의 통화정책 담당자와 마찰을 빚게 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각) 개회했던 국제 경제정책 심포지엄 ‘잭슨 홀 미팅’이 마무리됐다. 주요국의 통화정책방향이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금년 잭슨 홀 미팅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 핵심인사들의 참석으로 더욱 주목을 모았다.

◇ ‘침묵’은 ‘현상유지’를 뜻하나

당초 관심을 모았던 통화정책의 정상화 문제는 비교적 조용히 지나갔다. 옐런 의장과 드라기 총재 모두 미국과 유럽연합의 양적완화 축소시점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다만 두 인사의 이전 행보를 되돌아보면 양적완화정책이 당분간 계속되리란 예측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옐런 의장은 지난 7월 저물가를 이유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으며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각) 드라기 총재가 독일 린다우에서 열린 경제학회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옹호했다고 보도했다.

시장 또한 ‘무반응’을 완화적 통화정책의 유지로 해석한 입장이 다수인 듯하다. 블룸버그는 25일(현지시각) 미국의 증시와 자산가치가 일제히 상승했다고 보도하며 잭슨 홀 미팅에서 양적완화의 축소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이 그 이유라고 분석했다. 유로화가 2년 반 만에 달러화 대비 최고치를 기록한 것 또한 드라기 총재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 결과로 해석됐다. BBC는 같은 날 다우존스지수가 0.14%, S&P지수가 0.17%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의 입장은 보다 분명했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쿠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을 전달했다. 쿠로다 총재는 10년 이상 계속된 확장적 통화정책이 아직까지도 유의미한 임금 상승과 건강한 물가상승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쿠로다 총재가 언급한 성장과 물가의 엇박자 문제는 옐런 의장과 드라기 총재 또한 강조한 바 있다.

◇ 대통령과 맞부딪친 연방준비제도 의장

통화정책부문에서 말을 아낀 옐런 의장과 드라기 총재는 대신 금융규제 완화와 보호무역주의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중앙은행장 두 명이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정책에 경고하고 나섰다”고 표현한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각) 기사를 통해 옐런 의장의 발언을 자세히 보도했다.

옐런 의장은 그의 발언시간 중 상당부분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정된 금융규제들의 정당성을 피력하는데 사용했다. 해당 조치들이 경제성장을 가로막지 않는 선에서 금융안정성을 제고했다는 것이 주요 논지였다. 이는 규제완화를 통해 금융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림수와는 정면으로 반대된다.

지난 2010년 발효된 금융개혁법안 ‘도드-프랭크법’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생상품과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이 법안이 은행 등 규제당사자의 수익성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폐지를 촉구해왔다. 골드만삭스의 경영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2월 “도드-프랭크 법안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화정책의 담당자가 행정부의 정책방향에 제기한 이의는 옐런 의장이 처한 특수한 상황 덕에 더욱 주목을 모았다. 옐런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 끝나며, 임기 연장 권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의장의 재지명 문제에 대해 “고려중이다”고 밝혔지만 월가 등 금융계는 게리 콘 위원장을 가장 강력한 차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후보로 점치는 분위기다.

한편 드라기 총재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린 포퓰리즘적 보호무역주의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BBC는 25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자유무역은 향후 경제성장에 매우 중요하며, 선진국들이 인구 정체기에 진입한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소개했다. 드라기 총재는 전 세계적으로 무역장벽의 영향을 받는 상품의 비중이 지난 이십여 년 간 크게 높아졌다는 통계자료를 언급하며 무역의 개방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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