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삼성 일가 최초의 실형이자, 또 다시 재벌 총수가 비리로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뇌물로 인정되지 않는 등 일부 혐의가 제외되며 ‘뇌물의 규모’가 줄었을 뿐이다.

인정된 혐의 중에는 위증죄도 있다.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중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영철 현 바른정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거짓으로 인정된 것이다.

당시 안민석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최순실과 정유라를 알았는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청받았는지, 이후 두 재단에 대한 지원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답변은 최순실과 정유라를 몰랐고, 지원 요청과 보고는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황영철 의원 역시 최순실과 정유라를 알았는지를 비롯해 승마지원에 대한 내용을 물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답변은 몰랐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답변이 거짓이란 증거와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먼저 최순실과 정유라를 알았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뇌물죄가 성립하는데 있어서도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과 정유라가 누군지 몰랐다면, 뇌물 성격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대통령으로부터 승마지원 요청을 받았던 이재용 부회장이 적어도 언론에서 정윤회·최순실 관련 보도가 나온 2014년 12월~2015년 1월쯤에는 최순실과 정유라의 존재를 인지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박상진 전 사장이 승마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2015년 상반기 이후,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가 정유라에 대한 지원 요구이고, 그 뒤에 최순실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 인지했을 것으로 봤다.

즉, 언론보도를 통해 대다수 국민이 알고 있던 최순실을 몰랐다고 했던 이재용 부회장의 말과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정유라에게 말까지 사주며 수상한 지원을 하고도 정유라를 몰랐다고 한 이재용 부회장의 말은 모두 거짓으로 들통 났다.

재단 출연 관련 요청 및 보고에 대한 내용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용 부회장의 답변과 상반되는 ‘증거’가 안종범의 수첩에서도, 대통령 말씀자료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우리 국민들은 하루하루 놀라운 사실이 전해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큰 충격을 받았고,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그런 가운데 열린 국정조사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재단에 출연한 것밖에 없는 다른 기업과 달리, 삼성은 정유라에 대한 지원이 있었고 뇌물의 반대급부로 볼 수 있는 승계지원까지 드러난 상태였다.

하지만 청문회 내내 자신을 향한 질문에 이재용 부회장은 거짓을 말했다. 어떻게든 기억해보려 애쓰는 듯한 모습이나, 자신을 질책하던 의원에게 “정말입니다”라고 호소하던 모습 모두 거짓이고 연기였다.

그가 거짓으로 답한 질문은 국민을 대표한 국회의원의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TV를 통해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위증은 이미 다른 범죄를 저지른 상태에서 이를 은폐하기 위해 저지른 또 다른 범죄였다. 국가가 대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이 상황을 초래한 이재용 부회장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 생각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을 때나 1심 판결에서 실형을 받았을 때. 많은 국민들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통쾌함과 짜릿함 뿐 아니라 어딘지 모를 공허함과 슬픔이 찾아왔다. 그것은 국내 최고 재벌이 보여준 초라한 모습 때문이었다. 외국에서 삼성 간판을 보며 느꼈던 자부심이 자괴감으로 돌아왔고,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을 향한 막연한 동경심은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우리 사회는 어린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아주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이뤄지는 인성교육 중 가장 기본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의 단골 교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이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고,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을 더욱 실의에 빠지게 만들었다.

다시 지난해 12월로 시계를 돌려본다.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대통령 측근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 너무나 큰 잘못이고, 국민여러분을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 죄에 대한 처벌은 달게 받겠다. 그리고 다시는 삼성이 이러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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