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던 CGV가 실적과 재무건전성 악화라는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최근 리뉴얼 한 CGV 용산아이파크몰점.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의 속앓이가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최대 기대작인 ‘군함도’가 결국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한 가운데, 13년 만에 첫 적자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당장 다음 달에는 경쟁사인 롯데시네마가 독립 법인이 돼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CGV의 시름을 더욱 깊게하고 있다.

◇ 적자 충격 휩싸인 CGV… 재무건전성도 빨간불

2017년 상반기는 국내 1위 멀티플렉스 CGV에게 있어 최악의 한해로 남을 전망이다. 회사 안팎으로 각종 구설과 악재에 휩싸이면서, 기업 이미지와 시장 점유율이 동시에 하락할 국면에 처했다.

우선 CGV는 전에 없던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2004년 상장 이후 13년 만에 첫 상반기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별도기준 CGV는 올해 2분기 1,973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도 90억원의 영업적자와 1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상반기 누적 영업적자 규모는 47억원, 당기순손실은 173억원을 기록했다.

CGV가 적자 전환된 건 판관비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억원 많은 1,098억원이 임차료, 건물관리비 등 판관비로 지출됐다. 여기에는 매출 1위 지점인 CGV용산아이파크몰이 4개월 가량 보수에 들어가면서 영업이 일시 중단된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여 진다.

재무건전성도 먹구름이다. 기업 부채비율의 마지노선격인 200% 초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14년 143%의 부채비율을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CGV의 자본 총액 대비 부채 비중은 등락을 거듭하더니 올해 상반기 199%에 이르렀다.

기업의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도 나빠지고 있다. 부채비율과는 반대로, 높을수록 좋다고 평가 받는 유동비율은 지난해 연말 49%에서 32%로 악화되면서,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기준선인 120%에서 멀어지게 됐다.

증권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투자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다. CGV의 주당 가격은 실적이 발표된 이달 중순 이후 지금까지 7만원대로 올라서는 데 실패하고 있다.

◇ 분리법인 롯데시네마, CGV 대항마 급부상 하나

3분기 전망도 암울하다. 올 여름 최대 기대작이었던 영화 ‘군함도’가 끝내 손익분기점(800만명) 달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스크린에서 내려온 영화 군함도의 누적 관객수는 28일 기준 657만명을 기록 중이다. 군함도의 흥행 실패는 투자, 배급을 맡은 CJ E&M 뿐 아니라, 상영을 책임진 CGV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군함도 스크린 독과점 이슈의 중심에 섰던 CGV는 영화 유통 질서를 훼손하는 기업이라는 오명을 안으면서 흥행 실패의 쓴 맛을 봐야했다. 아울러 최대 10일 이상의 황금연휴가 가능한 10월 추석 기간도 올해에는 4분기로 밀려났다는 점도 CGV의 3분기 실적을 비관적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최대 경제사인 롯데시네마의 법인 독립도 CGV에게 악재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시네마는 다음 달 롯데쇼핑의 시네마 사업부에서 나와 독립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그간 사업 연관성이 떨어지는 백화점, 마트 계열사들과 묶여 의사결정에 있어 어려움을 겪은 롯데시네마는 분사 후 본격적인 시장 점유율 강화에 나설 것이란 게 업계의 주된 관측이다.

CGV 관계자는 “연간 영화 관람객이 2억1만명 수준에서 정체돼 있는 반면, 영화관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등 관련 투자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어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면서 “최근 ‘택시운전사’, ‘청년경찰’의 흥행 덕에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 3분기에는 조심스럽게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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