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권에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차별과 편견 없는 채용을 모토로 공기업에 ‘블라인드 채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나서면서 민간기업들의 도입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기조에 역행하는 채용 절차로 구설에 오른 곳이 있다. 바로 외국계 보험사인 ‘메트라이프생명’이다.

이 보험사는 최근 대졸 신입사원 공개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금융감독원 전·현직 직원과의 친인척 관계 여부를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부패 방지 차원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헤럴드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인 20대 A씨는 메트라이프생명 신입사원 온라인 채용공고에 지원하면서 이같은 설문조사에 당혹감을 느꼈다. 설문조사에는 가족·지인·친척 중 금융감독원 전·현직 직원이 존재하는지를 묻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단계를 넘어서야만 지원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메트라이프생명 측은 “부패 방지 차원에서 실시한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그룹 본사는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준수 차원에서 글로벌 부패 방지 지침을 세우고 있다”며 “해당 지침에 따르면 회사는 공무원과 연관된 부정부패를 방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에 채용 과정에서도 이같은 부정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원자의 이력을 사전에 살펴보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금융감독당국 관계자의 채용 청탁이나 외압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조치라는 설명이다.

또 해당 설문조사로 수집된 정보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폐기된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채용 정책 기조에서 역행하고 있다는 시선에 대해서는 “블라인드 채용과 이번 사안은 다른 문제”라며 “오히려 부패방지 차원에서 이번 설문조사를 도입한 점을 감안하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국계 보험사들도 고개를 저었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그런 설문을 한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통상적으로 있기 어려운 일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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