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한국과 중국에서 잇따라 악재를 마주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벌 대기업이자 자동차업계 맏형인 현대·기아자동차가 안팎으로 시련을 맞고 있다. 최근 하락세가 뚜렷한 가운데, 위기가 점점 더 심화되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국내에서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임단협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아예 임단협 중단을 선언하고, 차기 집행부 구성 후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현재 집행부의 임기는 다음 달 말까지다. 따라서 10월 추석 연휴 이후나 돼야 노사가 다시 마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대차에게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집행부가 선출될지는 지켜봐야할 문제지만, 아무래도 새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휴가 이어지는 10월에 파업까지 벌어진다면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아차 역시 노사관계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오는 31일 통상임금 관련 소송 판결이 나올 예정인데, 어떤 판결이 나오든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기아차 입장에선 패소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재정 출혈이 발생하고, 승소할 경우 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두 가지 모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 한국도, 중국도… 머리 아픈 현대·기아차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도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30일, 중국공장 4곳의 가동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이날 현대차 중국 현지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의 베이징 1~3공장과 창저우 4공장이 멈춰 섰다.

가동이 중단된 원인은 부품공급에 차질이 발생해서다. 수만 개의 부품을 조립하는 자동차공장 특성상 부품이 하나만 빠져도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플라스틱 연료탱크 등을 공급하는 ‘베이징잉루이제’가 납품을 거부했다. 밀린 납품 대금을 달라는 것이 이유다. 다행히 해당 공장은 이날 다시 가동을 시작했다. 베이징잉루이제와 급한 불을 끈 것이다.

베이징현대가 대금을 제때 건네지 못한 것은 중국발 사드 보복 여파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엔 지분을 절반 씩 보유한 합작회사의 특성도 작용했다. 현대차가 생산을, 중국 측 북경 기차 공업투자유한공사가 재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드 문제는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판매 및 경영실적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에선 적극적인 신차 전략을 펼치고 있고, 해외시장에선 특히 중국 시장 공략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한 신차 생산 차질 가능성과 중국발 악재로 위기가 더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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