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들이 '생리대 전수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생리대 파문’이 거세다. 깨끗한나라(제품명 ‘릴리안’)가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생리대 위해성 문제를 제기한 여성환경연대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다른 제품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경쟁업체인 유한킴벌리 임원이 여성환경연대에 몸담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당시 생리대 위해성 연구를 진행한 강원대가 유한킴벌리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사의 공정성와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높아지고 있다.

◇ 조사 제품 10종서 모두 유해물질 검출… ‘릴리안’만 뭇매

‘생리대 파문’의 발단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성환경연대는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월경용품 토론회’에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판매량이 많은 일회용 생리대 10개, 면 생리대 1개를 대상으로 화학물질 방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일회용 생리대 10개 제품 모두에서 독성물질로 알려진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이 검출됐다는 게 핵심이었다. 이 연구는 김만구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교수팀이 진행한 결과다.

당시 여성환경연대는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깨끗한나라의 제품명(‘릴리안’)이 공개된 것은 최근이다. 김만구 교수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독성이 포함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이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이 릴리안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였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불을 댕겼다. 이름이 언급된 ‘깨끗한나라’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릴리안’ 전 제품 환불에 이어 판매·생산까지 중단했다.

주목할 점은 당시 조사결과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10종의 일회용 생리대에서 모두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다. 최근까지도 불티나게 팔린 다른 업체의 제품들 역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성환경연대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구체적인 결과를 공개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조사의 목적은 생리대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이라며 거부했다. 지난 3월 이미 업체와 제품명이 포함된 검출시험 결과를 식약처에 전달한만큼 제품명 공개는 정부의 몫이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조사를 수행한 김만구 교수팀은 ‘방출물질 검출 결과를 공개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여성환경연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성환경연대는 비공개 방침을 굳혔다.

◇ 그들의 석연찮은 관계

일각에서는 여성환경연대에 깨끗한나라 경쟁사인 유한킴벌리 임원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미공개 결정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임원인 A씨는 현재 여성환경연대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유해물질 조사 결과를 발표한 3월에도 생리대 업체 중에는 유일하게 유한킴벌리만이 참석했다. 여성환경연대 측은 “당시 토론회 토론자로 유한킴벌리를 모신 이유는 시험결과와 상관없이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이 일회용 생리대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기에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강원대가 유한킴벌리로부터 후원을 받은 사실도 알려져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014년 유한킴벌리는 강원대의 한 환경연구센터에 1억원을 지원했고 이듬해에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으로 있는 A씨(유한킴벌리 임원)는 지난해 강원대와 유한킴벌리가 공동 주관한 ‘제9회 아태환경포럼’에 직접 참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논란이 커지자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26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유한킴벌리 임원 중 한 명이 여성환경연대 이사인 것은 맞지만, 이 사실이 생리대 검출실험과 공개여부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며 “관련이 있다면 이사회 명단을 홈페이지에 올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검출 실험 자체를 보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저희 조사의 목적은 생리대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에 있다”며 “릴리안뿐만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 전반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 식약처 “실험결과, 과학적로 신뢰 어려워”

그러나 이 단체는 깨끗한나라의 생리대(릴리안) 제품 이름이 공개되고 피해를 주장하는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를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사건’으로 명명하고 릴리안 사용자 피해 사례를 접수받는가 하면, 피해를 주장하는 제보자와 함께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전문가들은 릴리안 사용이 생리불순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는지는 아직 입증된 바 없다고 지적한다. 일회용 생리대는 여성의 삶과 가장 밀접한 제품인만큼 정확한 조사를 토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도 덧붙인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0일 여성환경연대가 제출한 강원대 김만구 교수의 생리대 위해성 실험 결과는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날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결과 “상세한 시험방법 및 내용이 없고 연구자간 상호 객관적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아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생리대 전수조사 결과가 마무리 되는 즉시 업체명, 품목명,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량, 위해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최종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음모론’까지 제기되며 ‘생리대 안전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 입장에선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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