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꾸준히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면치 못하면서 삼성의 총수 공백은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또한, 앞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그룹의 존재가 사라진 상태다.

때문에 각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의 경영능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삼성 전반에 드리운 뒤숭숭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각 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 및 강화해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이런 가운데,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삼성 계열사 중 뒤처지는 실적과 흔들리는 리더십으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 여전히 뒤처진 실적, 리더십도 위태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4조7,366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480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근래 3년과 비교해 흑자전환을 이루긴 했으나 여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라 보기 힘들다. 이마저도 인력감축 등 비용절감의 효과인 측면이 강하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대형조선사와 비교하면 영업이익률이 가장 낮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연결기준 9조4,370억원의 매출액과 3,15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3.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강도 높은 경영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6조1,880억원의 매출과 8,88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14.3%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남겼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에 불과하다.

다른 삼성 계열사들의 상반기 실적과 비교하면 더욱 아쉽다. 상반기에만 23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차치하더라도, 삼성중공업보다 적은 매출액(3조2,803억원)을 올린 삼성전기가 영업이익은 2배나 더 많이 기록했다.

또한 금융권 계열사들은 나란히 좋은 실적을 기록했고, 삼성물산도 상반기 3,9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제자리를 찾았다.

업종별로 업황이 다른 측면이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각각 사드보복, 원자재가격 상승이란 악재를 맞은 호텔신라, 삼성엔지니어링 등과 함께 부진한 축에 속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5월엔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사고가 발생해 큰 홍역을 치렀다. 가뜩이나 뒤숭숭한 분위기에 또 한 번 찬물을 끼얹은 안전사고였다. 이로 인해 삼성중공업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특히 박대영 사장은 최고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6명이 사망한 이 사건과 관련해 입건조차 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는 수주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점이지만, 이마저도 마냥 낙관적이진 않다. 박대영 사장의 리더십은 다소 흔들리고 있다. 인력감축, 임금반납 등을 놓고 내부에서 반발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박대영 사장은 지난달 한 공식석상에서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몇 년 새 삼성 계열사 중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곳이 됐다. 최근 수주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조선업 자체의 전망이 여전히 밝지 않다. 하지만 M&A 같은 특단의 조치는 당분간 사실상 불가하다. 삼성중공업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영지표를 개선해야하는 상황이다.

박대영 사장은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전망을 뚫고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이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 처한 지금,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증명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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