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교체설이 불거진 산업은행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본점.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산업은행이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수장의 교체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아예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하마평까지 나돌고 있어 내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 친문 계열 인사, 차기 회장 내정설에 내부 ‘들썩’

금융권에서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조기 교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인 그는 새 정부 출범 후 물갈이 1순위로 거론돼왔다. 그와 같은 친박계 공기업 기관장들이 최근 줄줄이 사표를 내면서 그의 입지는 눈에 띄게 좁아졌다. 특히 최근 정부가 그의 후임 인선을 낙점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교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회장과 이름이 같다. 최근 유력한 산업은행 회장 후보로 떠오른 인사는 이동걸 동국대학교 초빙교수다.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난 이동걸 교수는 진보 정권과 인연이 깊은 인사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한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돼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캠프에서 금산분리와 가계부채, 대기업 구조조정 등 금융 공약과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낙하산 인사 구설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미 내부에서는 이번 내정설이 돌자마자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산업은행 노조는 29일 성명서를 내고 “전형적인 낙하산 보은인사”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역대 정권은 산은을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매번 전문성과 거리가 먼 낙하산 인사를 되풀이했다”며 “문재인 정권은 이러한 문제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차기 수장 선정에서 진정성과 책임감을 갖길 바랐으나 청와대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대선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를 내정하면서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이동걸 교수의 내정 배경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 정부는 기존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한 청산 의지를 보여왔다. 이번만큼은 내부 출신 선임에 기대를 걸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산업은행은 63년 역사 동안 내부 출신 회장이 단 한 차례도 배출되지 않았다.

일단 산업은행은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아무런 내용도 정부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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