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20대여성피해자(앞줄 왼쪽 두 번째)가 생식질환 관련 피해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깨끗한나라’가 생리대 파문으로 휘청이고 있다. 식약처가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여성단체의 실험결과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발표하면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이번 파문의 직격탄으로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주가도 주저앉았다. 지난 2014년 어렵게 경영권을 되찾아온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은 셈이다. 여기에 내부거래로 자산을 증식했다는 논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병민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 생리대 부작용 직격탄… 유무형 피해 클 듯

깨끗한나라가 ‘생리대 부작용 논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깨끗한나라에서 생산·판매하는 생리대 제품(‘릴리안’)에서 발암물질이 포함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가장 많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문에 휘말리고 있다.

회사 측은 유해성에 대한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를 감안해 환불 및 판매·생산중단을 결정한 상태다.

그나마 최근 식약처에서 “해당 여성단체의 시험 결과를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발표하면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식약처의 발표로, ‘릴리안’에 집중됐던 화력이 다소 누그러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제품을 사용한 후 생리량이 줄거나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중이다.

깨끗한나라는 이번 생리대 파문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당장 ‘발암 생리대’ 파문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힘을 못쓰고 있다. 올 들어 5,000원 이상을 호가하던 깨끗한나라 주가는 이달 23일 4,210원까지 하락했다. 주가가 4,200원 선으로 내려간 건 2015년 8월 25일(4,295원) 이후 2년만이다.

식약처가 해당 시험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발표한 이후 반등하고 있지만, 회사 대외신인도 자체가 추락하면서 당분간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환불 사태에 따른 비용 부담 및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집단소송 등 유·무형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1년간 깨끗한나라 주가. 생리대 파문이 터지면서 주가가 주저 앉았다. <네이버 증권>

◇ 2009년 악몽 재현될라… 오너일가 리더십 시험대

이런 상황은 지난 2014년 우여곡절 끝에 경영권을 되찾아 온 오너 일가 입장에서 특히 뼈아프다.

깨끗한나라는 지난 2009년 유동성 위기에 몰려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당시 펄프 등 원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손실이 이어졌고, 차입금을 갚지 못할 만큼 유동성도 나빠졌다. 결국 회사를 사돈기업인 희성그룹에 넘겼고, 어렵게 2014년 되찾아 왔다. 최병민 회장의 아내인 구미정 씨는 희성전자 최대주주인 구본능 회장의 친 여동생이다.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 당기순이익 8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최 회장 일가는 다시 고민스런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일감몰아주기는 현 정부가 ‘적폐’로 지목하며 가장 민감하게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부분이다. 깨끗한나라는 대기업으로 지정되지 않아 규제에서 벗어나 있지만, 오너 일가 회사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공개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깨끗한나라 최병민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기업은 (주)나라손·(주)나렉스·(주)용인시스템·온프로젝트 등 4개사다.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화장지 제작판매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는 ‘나라손’에 325억원 규모의 일감을 제공했다. 나라손으로부터 제품을 매입하는 등의 거래가 이뤄진 것인데, 이는 직전년도(2015년 247억원)에 비해 78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 회사의 지분은 최병민 회장의 부인인 구미정 씨가 28%, 용인시스템이 72%를 갖고 있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

용인시스템은 화장지 판촉 인력을 파견하는 회사로, 지난해 깨끗한나라는 이 회사에 249원 규모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마찬가지로 2015년(143억원) 보다 100억원 이상 늘었다.

온프로젝트와의 거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온프로젝트는 최병민 회장의 차녀인 최윤수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온프로젝트는 패키지나 광고물을 제작하는 곳으로, 2015년까지는 깨끗한 나라와 거래가 없었으나 지난해 20억여원의 거래가 발생했다.

오너가의 개인 회사들이 내부거래로 성장하면서 오너가도 자산을 증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깨끗한나라 측은 이 같은 내부거래에 대해 “원가 절감 차원에서 생산 등을 맡긴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매출이 늘면서 내부거래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내부거래는 늘린 반면, 기부금은 줄었다.

전자공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005억원, 177억원으로, 직전년도(매출액은 6,772억원/영업이익 33억원) 보다 상승했지만 기부금은 686만원으로, 2015년(1,018만원) 보다 줄었다.

업계에선 또 다시 위기를 맞은 깨끗한나라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통해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의 리더십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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