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사진이란 순간에서 영원을 창조하는 예술인가 보다. 어쩌면 정지된 화면의 정육면체적인 영상의 왜곡을 수정하는 작업은 아닐까도 싶다.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것 가운데 가끔 사진 한방으로 해결하는 그런 작품도 더러 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사진가로서의 꿈을 이룬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메시지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며 나만을 위한 것도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하는 것인 듯하다. 감동이란 내가 네게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추어든 프로 작가든 그럼 꿈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다고 해석하는 것도 사진작가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표정은 정지된 순간이지만 살아온 흔적의 모든 결과이기에 같은 표정의 닮음은 존재할 수 없으며 제각기 그만의 생명을 지니고 있다. 사진에 담긴 표정 또한 그것이 인물이든 자연이든 자신의 오랜 생명을 품고 있으며 한 순간의 표정으로 또다시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 장 작가는 그 순간 그가 가진 생명의 모습을 찾고자 했다.

“지난 30년 나의 눈에 다가온 순간은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한 컷의 사진이 되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서로 만나고 다시 떠나면서 나는 사진이 되었고 사진은 내가 되었다. 나는 오늘 30년 전 청춘을 메고 떠났던 1000km의 도보여행 길을 되짚어 가며 나의 흑백필름 속에서 꿈꾸고 있던 사람들과 오랜 그리움을 나누고자 한다.”

장명확 작가의 작품 중 하나.

전국을 누비며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사진에 담아온 장명확 사진작가가 사진집 ‘달빛 아리랑’(시간여행)을 발간했다. 순간순간 죽음의 고통과 직면하며 만났던 그들. 그 길 위에 서서 마음속에 오랜시간 간직한 화두를 되새기며 동행했던 흑백의 세상의 세상이 오늘에야 세상에 나왔다.

1985년. 군대를 막 제대한 스물다섯 나이의 사진작가 지망생이 선택한 것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아우르는 남도 4000리 도보여행이었다. 200통의 흑백필름과 2개의 표준렌즈를 들고 41일 비포장 국도를 따라 하루 30km를 걸으며 ‘빛이 만들어내는 표정’을 담는 것으로 나의 사진인생은 시작됐다.

‘빛이 만들어내는 표정’에는 사람과 길, 삶이 있었으며 나는 그들을 카메라에 담고 그들만의 방을 만들었다. 흑백사진 5,000여장이 모여 20대 청춘이 되었고 다시 30년의 세월이 만든 수 백 만장의 사진이 한국의 자연과 문화는 자연스레 불교문화의 다양한 표정으로 나뉘어졌다. 한 컷의 풍경은 백번을 찍어도 제각기 다른 모습이다. 빛이 만들어 내는 순간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생명으로 발현되는 경계는 빛과 교감하려는 셔터를 누르는 숨결 때문이다. 정지된 한 컷의 사진 속에 시간과 다양한 생명이 담겨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 30년간 1만여 명의 표정과 1,000여 개의 사찰, 수 백 만장의 순간을 담았지만 아직 한 컷은 완성되지 않았다. 장 작가는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다시 1,000여km의 인생의 길을 또 한걸음씩 걸어가고 있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나우로 찾아가면 9월 9일까지 그의 흑백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아니 사진을 통해 지금의 그 그리고 나의 자화상을 볼 수 있다.

장명확 작가의 작품 중 하나.

장명확 작가는 196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났다. 사진을 시작하고 나서 강산이 두번쯤 바뀌었다. 86년에 ‘국도기행’이란 제목으로 열었던 개인전을 비롯하여 20여회의 그룹 사진전을 가졌다. 월간 ‘소설과 사상’에서는 우리나라 문인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담아냈고, ‘모닝캄’과 ‘아시아나’등 항공사들의 기내 비치용 잡지 작업에 참여했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한 후 1988년 ‘주간스포츠’ 사진부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보도, 출판, 방송 등은 물론 한국의 전통문화, 특히 줄곧 우리와 함께해온 불교 문화예술을 카메라에 담는 데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원광대학교, 서울보건대학교, 유한대학, 동방불교대학교, 중국 연변대학교 등에서 사진을 가르치기도 한다. 요즘 들어서는 우리 사회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국 문제를 형상화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붓다의 제자 비구니’ ‘깨달음이 있는 산사’ ‘길 위에서 삶을 묻다’ 등 40여권의 도서에서 사진 작업을 했다. 특히 월간 ‘불교와 문화’, 진각종, 백양사, 불교방송 등과 함께 불교 관련 촬영에 힘쓰고 있으며,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간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나아가는 강원도 공동체’(2016)의 사진작업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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